제1차 세계대전 당시 호주와 터키간에 벌어진 갈리폴리 전투로 세 아들을 모두 잃은 코너(러셀 크로)는 아내와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자 모든 것을 잃은 코너는 아들들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낯선 땅 터키로 향한다. 우연히 만난 소년(딜런 게오르기아데스)에 이끌려 얼떨결에 숙소를 정하게 된 그는, 그 소년의 어머니이자 숙소의 주인인 아이셰(올가 쿠릴렌코)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갈리폴리 전투로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아이셰는 냉담한 시선만 건넨다. 이후 아무런 정보도 없이 아들들의 흔적을 찾아나선 코너는 과거 그 현장에서 적으로 싸웠던 터키군 소령 핫산(일마즈 에르도간)을 만나 도움을 얻게 된다.
러셀 크로가 또다시 아버지로 돌아왔다. 그가 감독 겸 주연으로 <워터 디바이너>를 만들던 같은 해 출연한 <노아>에서도 그는 아버지였다. 하지만 “우리가 지구의 마지막 사람들이 되어야 하기에 손녀가 태어나면 죽이겠다”고 말하던 비정한 아버지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아들들을 전쟁터로 보냈던 과거를 깊이 참회하는 아버지다. 그래서 그가 일말의 믿음만으로 여전히 혼란스런 터키 전역을 누비는 모습은, 칠레의 군사 쿠데타 와중에 실종된 아들을 찾아나선 아버지(잭 레먼)의 이야기를 그린 코스타 가브라스의 <의문의 실종>(1982)을 떠올리게 한다. 가슴 뜨거운 ‘부정’(父情)의 드라마랄까.
러셀 크로는 여기에다 과거 자신의 아들들과 마주쳤을지도 모를 핫산 소령과의 우정까지 한데 엮는다. 아픈 기억만을 공유하고 있는 호주와 터키 사이에서 진심어린 대화를 건네고 있는 것이다. 그저 한 늦깎이 배우 출신 감독의 휴먼드라마 정도만을 떠올렸다면, 꽤 깊이 주제를 파고 들어가는 그 모습이 놀랍기도 할 것이다. 물론 개인과 사회를 둘러싼 진지한 담론만 오가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군의 습격을 당한 장면에서는 호주에서 유독 인기가 많은 스포츠인 크리켓 라켓으로, 심지어 액션 연기를 잘 못하는 아저씨처럼 휘둘러대는 모습이 소소하지만 유쾌하다. 그렇게 러셀 크로는 태어난 곳은 뉴질랜드지만 사실상 고향이나 다름없는 호주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는다. 긴장과 이완을 오가는 솜씨가 능숙하다. 감독 러셀 크로에게 어떤 확고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면 흔쾌히 합격점을 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