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좋아했기에 훌륭함이 틀림없다”고 앤디 워홀은 <빅 아이즈>를 평했다. 기이한 논리다.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고 실로 괴상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을 사랑했다. 팀 버튼의 신작 <빅 아이즈>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키치 회화를 그린 킨 부부의 행적을 따라간다.
이혼 후 딸과 함께 생활하는 싱글맘 마가렛(에이미 애덤스)은 부동산 업자이자 자칭 화가인 윌터(크리스토프 왈츠)와 재혼하여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수완가였던 윌터는 마가렛의 그림을 자신의 것으로 홍보하기 시작한다. 그는 유명인을 활용한 광고에 능했고 비싼 그림을 사지 않으려는 대중의 성향을 간파하여 아트 포스터 복사품을 팔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한편 마가렛은 자신이 진짜 창작자임을 딸에게까지 감춘 채 골방에서 그림을 그리며 소진되어갔다. 그녀는 남편의 겁박에 진실을 밝히는 일에 망설이고 있다가, 결국 점점 위험해져 가는 윌터의 곁을 떠나 하와이로 가서 삶을 시작하고 남편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이성적인 듯 보이지만 위선으로 점철된 가짜 예술가 윌터는 그 본질에서 그저 부동산업자에 가깝다. 존재하지 않는 가치를 부풀려 실재하는 양 만드는 데 탁월한 그는 점차 자신이 만든 망상을 실재로 착각하는 지경에 이른다. 한편 시대가 부여한 여성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던 마가렛은 신비와 우연, 숫자점에 민감하고 나중에는 이단 종교에 심취하기도 한다. 영화는 이 둘 중 어느 누구의 입장을 전적으로 승인하지 않으며, <빅 아이즈>의 예술적 평가에도 모호한 입장을 보인다. 이러한 애매성은 이 영화가 ‘빅 아이즈’ 현상을 가십으로 다루던 싸구려 칼럼니스트의 회고적 내레이션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대중예술의 허상과 미디어의 위선, 나아가 미국 종교와 법정까지 다루는 이 영화의 스펙트럼은 실로 광범위하다. <빅 아이즈>는 따뜻한 분위기와 사실적 연기, 팀 버튼 사단에서 벗어난 캐스팅의 측면에서 기존의 어떠한 팀 버튼의 영화와도 다른 이례적 작품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고급예술과 키치, 지도비평과 가십, 우아함과 저급함, 종교와 세속을 뒤섞은 채 이들의 경계를 오간다는 점에서 역설적이게도 가장 팀 버튼적인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관객의 예단을 끊임없이 뒤엎으며 최종적인 판단을 유보한다. 팀 버튼적이지 않은 보임새와 주제적 애매성으로 인해 대중성은 다소 떨어져 보이지만, <빅 아이즈>는 ‘미국이라는 키치’를 주제화한 그의 가장 지적으로 진화된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