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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어로] “꿈을 좇다보면 기회는 온다”
송경원 2015-01-26

캐릭터 디자인 슈퍼바이저 김상진

<빅 히어로>는 조립형 장난감 같은 애니메이션이다. 관객은 로봇만화 향수를 자극하는 구성, 디테일한 배경 묘사에서 오는 사실감, 롤러코스터 같은 액션 쾌감 같은 완성도 높은 파츠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합하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각각의 파츠를 무척 잘 만들었다는 거다. 전체적인 구성이 감독의 역할이라면 핵심 파츠 중 하나인 캐릭터 디자인은 김상진 슈퍼바이저의 몫이었다. 뒷골목 익숙한 분위기까지 재현한 세밀한 배경 위로 뛰어노는 5명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야말로 <빅 히어로>의 핵심이자 정체성이었다. 이들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김상진 슈퍼바이저에게 <빅 히어로>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마블과 디즈니의 첫 번째 콜라보레이션이다. 원작을 얼마나 참고했나.

=솔직히 원작은 보지 않았다. 등장인물과 핵심 컨셉만 들고 와 백지에서 새롭게 시작했다. 존 래세터가 주문한 건 한 가지다. 단순하고 귀엽게. 배경은 최대한 복잡하고 사실적으로 그리는 대신 캐릭터는 간단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이 목표였다.

-‘베이맥스’의 캐릭터 디자인은 정말 귀엽다. 반면 슈트를 입고 변신하는 베이맥스는 마치 아이언맨 같다.

=아이언맨을 연상할 수 있도록 했다. 슈트를 입었을 때와 벗었을 때의 격차를 최대한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동시에 슈트를 입고 있을 때도 저 안에 귀여운 ‘베이맥스’가 들어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귀엽고 푹신한 로봇이라는 컨셉 자체가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다. 크리스 윌리엄스 감독이 잡은 초기 디자인을 바탕으로 지금 버전까지 수도 없이 그렸다.

-디즈니는 파트별로 역할 구분이 세세하고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캐릭터 디자이너는 어떤가.

=스토리가 첫 번째다. 감독이 원하는 구상을 말하면 그에 맞춘 디자인을 뽑는다. 여러 컨셉 중 감독이 선택을 하고 다시 개발하고, 또 선택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여러 협의 과정이 있지만 결국 최종 결정권자는 감독이다. 각 파트는 최대한 그 요구를 구체화하는 데 매진한다.

-5명의 히어로 캐릭터 중 특히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

=식상한 답변이지만 모두 소중하다. 굳이 꼽으라면 아무래도 손이 가장 많이 간 주인공 히로다. 전체적인 컨셉은 단순함이었지만 히로의 봉두난발 머릿결의 표현에 공을 많이 들였다.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니는 단정한 형 테디와 대비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디자인이 곧 캐릭터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만큼 개성이 묻어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또 한명 더 꼽자면 한국인 캐릭터 고고다. 간혹 오해가 있는데 딱히 한국계라는 설정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웃음) 터프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캐릭터가 좋다. 목소리 연기를 맡은 대니얼 헤니를 테디의 모델로 했다면 고고는 배두나 배우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 겉모습을 모사한 건 아니고 전체적인 인상을 참고했다.

-1995년 입사한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애니메이터다. 지금은 디즈니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됐다. 디즈니에 대한 당신의 평가가 궁금하다.

=디즈니의 힘은 디테일에 있는 것 같다. 작은 요소에도 과하다 싶을 만큼 심혈을 기울인다. 어느덧 입사 20년째에 접어들었는데 그런 깐깐함은 변함없는 것 같다. 내가 갓 입사했을 땐 디즈니가 한창 침체를 겪고 있을 시기였다. 2D애니메이션을 더이상 제작하지 않는다는 발표를 하는 등 위기도 있었지만 그때도, 지금도 디즈니는 애니메이터들의 선망의 대상이고 애니메이션 제작의 상징이다. 다만 모두가 처음부터 디즈니에 입사해 작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나도 37살이 되어서야 입사했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믿고 꿈을 좇다보면 기회는 온다. <빅 히어로>의 주인공들처럼.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늘 이야기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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