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비평가 허문영의 두 번째 영화평론집의 제목은 ‘보이지 않는 영화’다. 가령 메를로퐁티가 원근법이 실재를 드러내기보다 작위적으로 구성된 비전(vision)을 보여주는 허구적 방법에 불과하다 했을 때 화가는 어떠한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 것일까. 허문영은 작위적으로 구성된 스펙터클(spectacle)을 넘어 부재를 사유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저자에 의하면 영화의 힘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과의 완결되지 않는 긴장에 있다. 이 책은 죽음과 폭력을 경유하는 영화의 시각 이미지(보이는 것)에 대한 윤리를 물으며, 무능하고 때로는 불필요해 보이기까지 하는 부재(보이지 않는 것)의 이면을 천착한다. 1부에서는 2010년대 초반 한국 사회에서 폭력적 이미지를 과시하며 영화처럼 소비된 사건이 죽음을 표상하는 방식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다. 이를 넘어서는 죽음의 시학에 이르면 비평가의 탐색은 번번이 세상을 일그러뜨리며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환기시키는 홍상수의 영화를 길게 응시하게 될 것이다. 2부는 보다 최근의 영화시평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화영화 <링컨> <변호인> <노예 12년> 등을 통해서는 ‘실’(實)과 ‘화’(話)의 충돌에 맞서는 영화의 임무에 대한 진지한 질문들을 제시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조난 장면에서 느껴지는 시선의 무력함이나 <코스모폴리스>에서 비견자(非見者)의 자기파멸을 향한 미학적 도정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영화적 비전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이는 독립영화 <제외될 수 없는>(최용석, 2006)이 보여준, 부재를 앓는 것 외의 다른 가능성은 없다는 ‘숭고한 무능력’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에 이른다. 죽음과 폭력을 스펙터클화하려는 매혹을 거부할 수 없는 현대영화의 운명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무용해 보이지만 절박한 실천 앞에서 작고 희미한 반짝임, 구원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 그렇기에 이 책은 그 가냘픈 구난신호를 감지하려는 윤리적 탐색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