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5 <다른 길이 있다>(가제, 촬영 예정) <사도>
드라마 2014 <가봉> <세 여자 가출소동> <야경꾼 일지> 2013 <감자별 2013QR3>
상남자다.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이다. 시트콤 <감자별 2013QR3>(이하 <감자별>) 현장에서 서예지의 별명은 상남자였다. NG를 낼 때마다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를 크게 외치다보니 그렇게 됐단다. 설마 목소리 하나 때문에 이만한 미녀가 상남자가 될까. <감자별> 노씨 집안의 막내딸 수영 역으로 데뷔한 서예지는 노수영만큼 시원 털털하고 노수영처럼 변화무쌍하다. “수영은 누굴 대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져요. 어떨 땐 애교 넘치고 어떨 땐 도도하고. 다양한 얼굴을 가진 팔색조 같아요.” <감자별>로 연기 데뷔를 한 신인 여배우가 이렇게 복잡다단한 역할을 어떻게 소화했을까. “감독님을 믿고 따랐어요. 간혹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죠. 하지만 연출자만큼 캐릭터의 방향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우선순위는 연출자의 해석이죠.” 연출에 대한 이해와 생각하는 연기. 신인답지 않은 깔끔한 연기의 비결이 여기에 있다.
굳이 따지자면 타고난 감각을 따르기보다는 이해하고 해석하는 노력파에 가깝다. 캐릭터 분석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라면 뭐든 찾아본다. 연기공부 경험이 전혀 없는 그녀의 연기는 아직 학업의 연장선에 있는 듯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스페인 유학을 떠난 뒤 3년 반. 꽂히면 미친 듯이 파고드는 성격 덕분에 맨땅에 헤딩하듯 떠난 유학 시절을 버틸 수 있었다. 2013년 CF모델에 발탁되며 귀국한 이후 모든 현장은 그녀에게 배움의 장소다. “<감자별>은 선물 같은 작품이에요. 이순재, 금보라, 노주현 선생님 모두 칭찬과 격려로 저를 이끌어주셨죠. 김병욱 PD님은 말할 것도 없고요. 언제든 불러주시면 꼭 다시 작업하고 싶어요.” 현장에서 유독 사랑받는 것도 신인에게 어울리는 재능이다. 배우고자 하는 학생만큼 사랑스러운 것도 없다. 작은 관심과 애정에도 감사히 여길 줄 아는 겸손한 태도, 배우려는 자세는 흡수력 있는 연기자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됐다.
CF 스타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후 작품 선택은 그녀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짐작게 한다. 시트콤 이후 판타지 사극 <야경꾼 일지>로 지상파에 진출했고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에서는 정순왕후 역을 맡아 영조 역의 송강호와 호흡을 맞췄다. 최근엔 KBS 드라마스페셜 <세 여자 가출소동>, MBC 드라마페스티벌 <가봉> 등 단막극을 소화했다. 1월 말에는 <피터팬의 공식> 조창호 감독의 저예산영화 <다른 길이 있다>(가제) 촬영을 앞두고 있다. 작은 영화, 작은 역할에서 시작해서 상업영화로 넘어가는 대개의 신인들과 정반대의 행보다. 크기에 상관없이 자신이 잘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자 하는 의지와 연기에 대한 욕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 <가봉> 촬영 땐 재봉틀에 손가락이 관통되는 사고를 입었지만, 예정된 분량을 모두 소화하고 나서야 응급실에 갈 정도로 한창 연기의 맛에 빠져 있다. “쉬지 않고 하고 싶어요. 알면 알수록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아직 연기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정말 좋아하는구나’라는 걸 실감해요. 2015년에는 다른 일로 주목받는 것보다 연기를 사랑하는 ‘배우 서예지’가 되고 싶어요.”
서예지는 물음표다
-NG에 대처하는 자세.
=중저음의 큰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라고 외친다. 정말 죄송하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다보니 다들 웃고 넘어가주시는 것 같다.
-오디션장에서의 필살기.
=못하는 건 못한다고 말하는 솔직함? (웃음) 메이크업을 절대 하지 않고 간다. 이 모습 그대로를 먼저 보여주고 이후 캐릭터가 이입됐을 때의 모습, 두 가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나는 어떤 사람?
=서예지는 물음표다. 확고한 색깔도 좋지만 볼수록 더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사람. 궁금증이 많은, 그래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