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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한다 해도 결코 볼 수 없는 이미지 <바티칸 뮤지엄>

괴테가 인간이 지닌 위대한 가능성의 절정이라 칭한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가 보존되어 있는 바티칸 박물관은 500여년의 역사 속에 종교와 예술을 아우른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다. 24개 미술관, 1400실의 방에 깃든 종교 미술의 긴 역사를 한 시간 남짓의 다큐멘터리 안에 담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영화는 40여점을 선별해 관람 체험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한다. 감독 루카 드 마타는 1997년 3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7시간에 달하는 바티칸 박물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는데, <바티칸 뮤지엄>은 이 작업의 압축판이자 3D 효과를 입힌 또 다른 작업이다. 3D 화면에 더해 조명의 사용, 느린 카메라 워크, 웅장한 음악 등을 통해 박물관을 방문한다 해도 결코 볼 수 없는 이미지를 구현한다.

내레이션이 동행하는 <바티칸 뮤지엄>의 관람 방식은 도슨트와 함께하는 관람 경험과 흡사하다. 관객은 걷는 대신 자리에 앉아 카메라가 인도하는 대로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 그러나 도슨트의 가이드 이후 박물관을 천천히 둘러볼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작품에 대한 자기 감상을 쌓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징적인 것은 영화가 박물관의 전시 작품을 공들여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상상적 이미지마저 관람객에게 보여주려 한다는 점이다. 흩어져내리는 흙가루, 물속에 녹아드는 물감의 이미지와 함께 연기자 한 사람이 고뇌하는 예술가로 등장해 말 없는 연기를 펼친다. 관객은 전시 공간을 탐험하는 착각과 동시에, 누군가의 머릿속을 탐험하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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