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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 <미라클 여행기>
정지혜 2015-01-14

2013년 10월17일 여행자 최미라는 무작정 인천발 제주행 배에 오른다. 배는 400여명의 승객과 3만5천여권의 책을 싣고 제주도 강정마을로 향했다. ‘강정 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를 기획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다. 미라는 궁금했다. 왜 이 많은 사람들이 강정으로 향하는지, 강정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미라클 여행기>는 해군기지 건설로 고통받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과 강정 평화도서관에 책을 기증해 강정의 평화를 염원하려는 시민들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강정은 정부가 절대보존지구인 그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나서면서 정부와 주민들이 수년째 치열하게 갈등 중인 고통의 땅이다. 특히 정부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서 주민들간의 갈등의 골은 더없이 깊어졌다. 영화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미라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강정의 현실을 인식해가는 과정을 좇는다. 주민들의 생생한 육성은 “대대손손 공동체를 일구며 살아온 한마을 사람들의 관계가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게 된” 참극을 확인시킨다. 강정을 둘러싼 첨예한 쟁점이나 찬반 입장이 내세우는 세세한 근거를 알고자 한다면 <미라클 여행기>는 부족한 참고 자료다. 꼼꼼하고 치밀한 투쟁의 기록은 되지 못한다. 아쉬운 만듦새지만, 미라처럼 미처 강정을 몰랐거나 강정을 잊고 있던 관객에게는 환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강정은 여전히 아프지만 강정을 살리려는 연대의 움직임은 계속된다고 말하는 영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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