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사후 200주기를 맞이해 강렬한 블랙북 시리즈로 사드 전집이 출간된다. 그 첫 책으로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가 먼저 선보였다. 사드라는 이름을 사디즘과 연계한 선정주의의 대명사 정도로 인식해왔다면, 이번 시리즈는 과연 그런가보다 하는 인식에 더해 그의 글을 읽게 도와주는 각종 장치들(묵직한 검은 책이라는 물건으로서의 매혹부터 가독성 높은 편집, 각주, 해설)에 대한 감각적인 재미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참고로 <소돔 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는 전집의 두 번째 권으로 선보이게 될 것 같다.
사드에 대한 설명. “20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불같은 기질과 극단을 탐하는 상상력으로 인해… 평생 두번의 사형선고와 15년의 감옥살이, 14년의 정신병원 수감 생활을 거치면서, 최소 열한곳 이상의 감금 시설을 전전했다.” 번역가 성귀수가 그의 모든 글이 프랑스에서 겪어야 했던 우여곡절을 설명하는데, 그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비밀모임(마음대로 탈퇴하는 일이 불가능한)의 일원이 되는 기분마저 드는 것이다. 심지어 자료라는 이름으로 실린 기욤 아폴리네르의 70쪽에 달하는 해설(이 책에 실린 사드의 글에 맞먹는 분량이다)은 밀교의 계명처럼 끝난다….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만 봤을 때는 야한 책을 기대한 사람보다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훨씬 더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심을 끄는 데는 확실히 성공한 것 같다. 서점에 가서 이 책을 손에 들고 뒤적여보면, 더 들여다보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게 되니까. 아폴리네르의 뽐뿌, 사드의 시대가 주는 무게, 그리고 사드의 삶 자체가 주는 충격. 결국 사드를 직접 읽어봐야 그를 둘러싼 말이 아닌 ‘진짜’를 보게 되지 않겠는가. 모리스 블랑쇼의 말에 따르면 “‘글쓰기’야말로 사드의 고유한 광기”. 그러니 그를, 읽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