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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내리는 눈 <설해>

어느 날 조향사 선미(이영아)는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는다. 한편 대형 수족관에서 아쿠아리스트로 일하는 상우(박해진)는 말썽을 부리는 물고기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난다. 선미의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오르골을 매개로 해서 그들은 운명처럼 서로를 감지해낸다. 하지만 이 사랑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한다. 선미의 몸에 이상신호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언제 백혈병으로 발전할지 모르는 ‘골수이형성증후군’이 그녀를 잠식해가고, 상우의 주변에선 그들의 결혼을 반대하고 나선다.

<설해>는 <동감>과 <화성으로 간 사나이> <바보> 등 2000년 이래 지속적으로 서정적 드라마의 작품을 선보였던 김정권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다.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고통받는 100만명의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영화를 바친다”는 감독의 전언처럼, 영화는 특정한 질병을 모티브 삼아 상세하고도 진솔하게 대중에게 다가가려 애쓴다. 감독의 이전 작품들보다 좀더 사실적인 묘사에 힘썼단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영화의 진심이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될지는 미지수다. 과거에 소개됐던 <편지>(1997)나 <하늘정원>(2003) 등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클리셰적 화면이나 대사들도 아쉬움을 남긴다. 제목 ‘설해’(雪海)는 ‘바다에서 내리는 눈’을 뜻하는 말로, 대형 수족관을 메운 ‘눈보라 장면’이나 후반부의 ‘일본 로케이션 장면’ 일부가 제목을 직접 시각화한다. 조향사 선미가 상우를 위해 만든 향수의 이름 ‘바다눈’ 역시 제목과 연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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