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발리우드는 수많은 ‘신기록’으로 점철됐던 예년에 비해 다소 잠잠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국 영화계에 크고 작은 반향을 일으키며 발리우드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한 작품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먼저 흥행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영화들에 <퀸> <굴랍갱> <메리 콤> 등이 있다. 이들 영화는 그간 발리우드에서 상대적으로 보조적 역할에 그쳤던 여배우들이 전면에 나선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3대 칸’으로 불리는 샤룩 칸, 살만 칸, 아미르 칸의 활약도 여전했다. 살만 칸의 <킥>과 샤룩 칸의 <해피 뉴 이어>는 하반기 극장가의 흥행 가뭄을 해소시켜주었고, 지난해 12월19일 개봉한 아미르 칸의 <PK>는 개봉 첫날에만 2.5억루피(약 43억원)의 수익을 기록하며 연말연시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중 가장 최근에 개봉한 <PK>는 아미르 칸이 주연을 맡았던 <세 얼간이>의 감독 라즈쿠마르 히라니의 신작이다. 지구에 낙오된 외계인이 역경을 헤쳐나가는 좌충우돌 모험을 그렸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물로 보기는 쉽지 않다. 인도 사회와 관습을 외계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설정 때문이다. 인도의 사회문제를 날카롭게 고발해 화제를 모은 TV쇼 <샤트야메브 자야테>(‘진실만이 승리한다’는 뜻)를 제작 및 진행해온 아미르 칸은 <PK>에서 언뜻 모자라 보이는 외계인으로 위장해 무심한 듯 날카롭게 인도 사회를 풍자한다. 외계인의 무지와 실수를 가장해 폭로하는 경직된 사회 관습에 대한 묘사, 온갖 종교를 넘나들며 엉터리 구루의 허물을 벗긴다는 내용까지 영화 속에서 유머로 승화된 수많은 장면은 정색하고 보면 다루기에 매우 민감한 내용들이다. 특히 성역이라고 할 수 있는 종교를 풍자하는 점은 발리우드 상업 영화에서 파격적인 시도다. 그럼에도 아미르 칸에 대한 대중의 두터운 신뢰는 풍자의 위험성마저도 초월하는 모양새다. 종교에 대한 시각과 담론에 있어 이슬람교도인 아미르 칸의 한계성을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금기를 유머로 승화한 그의 한수가 화려함에 치중해온 발리우드의 패러다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