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코너 제목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이지만, 아무리 책을 빠르게, 많이 읽는 나라도 사람에 치여 사는 연말연시만큼은 힘들다. 모임과 모임 사이에 들여다볼 기력을 돋운 책은, 먹는 이야기. 조경규의 만화 <오무라이스 잼잼>과 박용민이 쓴 <맛으로 본 일본>이다. 조경규와 박용민의 공통점이라면 음식 전문가는 아니라는 것. 심지어 <맛으로 본 일본>의 저자는 현직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영화 책, 여행 책을 쓰고 이번엔 음식문화 책을 쓴 경우.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본 여행을 좋아하고 일본 음식을 자주 먹는 독자 입장에서는 편하게 읽히는 책이기는 했다.
<오무라이스 잼잼>은 벌써 5권째다. 자녀양육기 겸 일상음식 이야기인 이 시리즈는 별거 아닌 내용을 담은 듯하지만 묘하게 한컷 한컷 집중해 보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가족의 일상음식 이야기에는 당연히 남녀 어린이와 남녀 성인의 이야기가 포함되며, 배달음식과 외식요리 그리고 엄마(아내)가 만드는 요리가 서로 대화하듯 사연릴레이를 펼치게 된다. 게다가 조경규는 중국 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서 일상음식의 범위가 넓고, 무엇보다 업체 탐방이라는 인터뷰 꼭지를 통해 자주 접하는 식품들의 제조공정에 대한 정보전달에도 열심이다. ‘만화’이기 때문에 글과 그림을 통해 음식의 생김새를 쓸데없이 생생하게 전달하는 허기유발자라는 결정적 단점도 있다. 이번 호에서는 베이징 카오야, 즉 베이징오리구이의 조리과정을 멋지게 전달한다. ‘재료의 맛을 가장 잘 살린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조경규가 가졌던 의구심의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기도 한데, 요리라는 말에는 재료와 조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 그러므로 좋은 재료만으로는 요리가 되지 않는다. 베이징오리구이가 재료 본연의 맛을 뛰어넘은 요리인 이유는 바로 그 조리에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맛으로 본 일본>에는 일본식 정찬인 가이세키요리의 미학이 ‘뺄셈’에 있어,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살려내는 단계에 근접하도록 담백하고 싱겁게 조리된다고 한다. 더불어 여섯 가지 맛과 다섯 가지 색, 다섯 종류의 조리법이 고루 사용되어야 하는데, 잘 세공된 것이야말로 아름답다는 일본인의 미의식이 가이세키요리에 담겨 있다. 나아가 “한정식이 풍성하게 차려놓은 밥상 위로 손님의 손이 자유롭게 오가게 만든 밥상이라면, 가이세키요리를 먹는 손님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의도에 순종한다”. 그러니 철학을 갖는 것은 요리에서도 중요하다. 재료 본연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복잡한 조리과정을 거치든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최소한의 조리과정과 최소한의 향신채를 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