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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판타지 액션영화 <하이킥 엔젤스>

영화가 시작되면 필름 질감의 영상이 상영된다. 교복을 입은 세 소녀가 뭔가 중요한 것이 들어 있는 듯 보이는 보물 상자를 두고 대결을 벌인다. 튕겨 들어간 가방을 따라 학교 건물 내부로 이동하면 느닷없이 좀비가 나타나 소녀들을 위협한다. 한눈에도 조악한 스토리와 영상이다. 그러다가 ‘컷’ 되면 이것이 극중극이었음이 드러난다. 이들은 영화 동아리 학생들로 <하이킥 엔젤스>라는 제목의 여고생 액션물을 촬영하기 위해 이곳, 폐교로 왔다. 어렵게 섭외한 전설의 액션 고수, 마키 선배(아오노 가에데)를 기다리던 이들은 그곳에 거액을 숨겨둔 야쿠자 일당과 맞닥뜨린다. 여고생들은 졸지에 실제 액션에 휘말릴 위기에 처한다.

배우들은 긴 훈련기간을 통해 스턴트에 의존하지 않는 실제 액션을 펼친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고생들이 거친 야쿠자 무리를 당해낸다는 것은 판타지에 가깝다. 영화는 이들의 처절한 실패담을 담으면서 판타지를 희석한다. 대신 영화 속의 영화를 통해 되고 싶은 이상향과 실제 사이에서 괴리된 소녀들의 위치를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영화의 진짜 야심은 어쩌면 미소녀 판타지 액션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에 있기보다는 되고 싶은 것과 현실 사이의 간극으로서 영화 만들기를 바라보는 것이다. 자기반영적 영화 만들기와 미소녀 액션물의 합이 최상으로 맞아 들어간 영화라 볼 수 없지만, ‘어떻게 소녀들을 판타지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으면서 소녀 액션물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되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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