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극작가이자 시나리오작가가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오프브로드웨이 연극이 최근 성황리에 공연을 마쳐 화제다. 2003년부터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영진 감독의 10번째 작품 <스트레이트 화이트 맨>(Straight White Men)이 그 주인공.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의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세계에서 가장 혜택을 많이 받고, 많은 것을 누리고, 또 가장 억압당하지 않는 종족인 이성애자 백인 남성을 소재로 하였다.
연극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미국 중서부의 한 가족을 주요 인물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노년의 아버지 에드(오스틴 팬들턴)는 이제 중년이 된 아들 삼형제와 연말연시를 보내려 한다. 하버드대를 졸업했지만 돈 버는 직장과는 거리가 먼 큰아들 맷(제임스 스탠리), 은행 고위관리직으로 돈을 긁어모으지만 이혼해 홀로 아버지를 찾은 둘째 제이크(게리 윌미스), 데뷔작의 성공으로 문단에 잘 알려졌지만 다음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대학교수 막내아들 드류(피트 심슨)가 그들이다. 이들의 만남은 배달해온 중국 음식을 나눠 먹다가 갑자기 장남 맷이 눈물을 흘리면서 진지해지기 시작한다. 동생들은 물론이고 인내심 많은 아버지까지 맷에게 대답을 종용한다. 그건 모든 혜택을 받고 자란 그가 “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가”에 대한 의아함이다. 이영진 감독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맷은 백인 남성이 아닌 여성과 동성애자, 흑인, 아시아인 등 소수자들이 바라고 원하는 백인 남성의 이미지”라고 말했다. 수년간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와 각종 리서치를 통해 이 작품을 완성한 그는 “우리가 사회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결국 개인적인 성공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브롱크스 출신 15살 학생이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두 번째 단편영화 <미닝 풀 라이프>(Meaning Full Life)의 촬영을 마치고, 편집 작업을 하고 있는 이영진 감독은 앞으로 장편영화를 연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플랜B/파라마운트 픽처스’에서도 커미션을 받아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