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치기 해커의 소행이라면 이렇게 털리는 것이야말로 위험하고, 북한 정예 부대의 공격이라면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무섭다. 난데없는 악몽이었다. 당사자가 하와이에 있다고 밝혔는데 사실이든 아니든 하와이 시각 아직 크리스마스가 끝나지 않은 상태로 글을 쓰고 있다. 엄포와는 달리 공격 시점을 정교하게 밝히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그가 기술이 뛰어난 고등학생이길 바라지만(제발 그만하고 어서 나가 놀아), 만약 그 어떤 그룹이 ‘아닌 보살’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 것이라면 대체 그들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1. 북한 소행설. 이 얘기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캐럴보다 더 많이 들어야 했으니 통과. 2. 외계인설. 산타 할아버지만 알고 계시겠지. 역시 통과. 3. 국내 모처의 자작극설. 음… 외계인설을 능가하는 설득력이 있는데, 국가정보원이 사이버상에서도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게 그 하나요, 청와대가 안간힘을 써서 찌라시 정국을 밀어내고 있지만 변비에 걸린 듯 속시원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게 그 둘이다(여기에 찌라시 버전 하나 추가하자면, 이정희 대표 미워서 통합진보당 통째로 날린 것처럼 교황님 미워서 크리스마스를 흉흉하게…. 쉿!). 설마 원전으로 셀프 디스를 하겠냐고? 하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의 처신을 하는 분과 그 아랫분들을 봐온 까닭에 마음 놓을 수가 없는 거지. 북한이 사이버 정예 요원 기를 때 우리 정예 요원들은 뭐했더라? 저질 댓글 달고 시민 색출에 열올렸잖아.
배후가 누구이건 이런 식으로 털리는 게 문제이다. 원전이 완전 무방비라는 거 말이다. 군은? 정부는? 청와대는? 안 털린다는 보장 있나. 자작극이 아니라면 이와중에 사이버테러방지법을 만들겠다고 엉뚱한 곳에 힘을 쓰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대체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지키겠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