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에서 할리우드로 찾아든 소녀 애거서(미아 바시코프스카)는 우연한 인연으로 유명 여배우 하바나(줄리언 무어)의 비서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배우지망생이자 리무진 기사 제롬(로버트 패틴슨)에게 호감을 느낀다. 한편 하바나는 지금 오래전 자신의 어머니가 출연했던 영화의 리메이크작에 캐스팅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젊고 잘나가는 배우들이 경쟁 상대라는 현실과 끊임없이 자신 앞에 나타나는 죽은 어머니의 환영은 그녀를 극도의 불안 상태로 내몬다. 그런 그녀의 불안을 덜어주는 것은 심리치료사 샌포드(존 쿠색)뿐이다. 샌포드의 아들이자 ‘한때 잘나갔던’ 아역배우 벤지(에반 버드)도 자신의 인기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애거서가 벤지를 찾아오고 이들을 둘러싼 복잡한 과거의 이야기들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이름을 <코스모폴리스>와 <데인저러스 메소드> 혹은 <이스턴 프라미스> 등의 영화로 떠올리는 이들과 <네이키드 런치> <데드링거>로 기억하는 이들, 두 종류의 관객이 있다면 <맵 투 더 스타>는 시기상으로 전자의 영화들에 더 가까이 위치하지만, 분명 후자의 관객에게 더 큰 환호를 불러일으킬 만한 영화다. 벤지 역의 배우 에반 버드는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크로넨버그의 전작들처럼 ‘이상할 것’(strange)임을 간파했다고 웃으며 밝히기도 했지만, 실상 ‘할리우드 영화계 이면의 어두운 속내’라는 영화의 소재는 그렇게 낯선 것(strange)은 아니다. 오히려 크로넨버그의 ‘이상한 에너지’는 소재가 아니라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방식에서 탁월하게 드러난다.
표면적으로 영화는 다음 작품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두명의 배우 하바나와 벤지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진행된다. 별다른 관계가 없는 이 두개의 이야기를 묶어주는 것은 그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불안증’이다. 살얼음처럼 지속됐던 이들의 불안은 할리우드 외부에서 찾아온 애거서에 의해 깨지기 시작하고, 애거서는 하바나와 벤지를 오가며 불안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애거서의 비밀은 두개의 이야기를 기묘한 방식으로 공명시키면서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데 성공적으로 기여한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처음 소개됐고, 줄리언 무어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캐나다 출신인 크로넨버그가 LA에서 촬영한 첫 번째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