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아베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확히는 민주당을 또 외면했다. 중의원 선거에서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 자민•공명 양당은 해산 전 의석을 웃도는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투표율은 사상 최저. 야당 지지자들이 대거 기권한 결과이다. 우리보다 뭐든 빨라 역사적•경제적•환경적 망조도 빨리 든 일본이지만, 이런 식으로 일당독주마저 굳히는 거니.
정치개혁을 얘기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게 두 거대 정당의 나눠먹기이다. 그런데 이것도 이제 옛말이다. 그냥 새누리당만 있다. 새누리당 안에서 청와대에 어떻게 줄을 대냐의 차이로 세력이 나뉠 뿐이다. 그나마 일본은 공산당을 비롯한 작은 정당들이 살아 있는데, 우리는 시대착오적인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마저 목도하지 않았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덩치에 맞게 꼴값을 해야 다른 정당들도 살아남는다. 지지 여부를 떠나 다당제를 보장한 헌법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그런데 당사자들에게만 맡겨두기에는 벌써부터 전당대회와 그 뒤에 이어질 진흙탕 싸움이 뻔히 보인다. 어떻게 된 당이 일상대책은 없이 비상대책으로만 굴러가니.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이들은 지금 호남으로 줄줄이 내려갈 게 아니다. 제일 먼저 할 일은 거대 양당제를 뒷받침해온(그리하여 지금과 같은 새누리당 독주를 보장해준) 선거제도를 어떻게 확 뜯어고칠지 밝히는 거다. 말로만 기득권을 내려놓을 게 아니다. 이미 객관식으로 나와 있다. ①중대선거구제(일본, 대만) ②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북유럽) ③혼합형 비례대표제(독일)…. 찍기만 하면 된다. 비노니 친노니, 주류니 비주류니 지질한 집안 싸움을 박차고 나올 패기를 보이는 사람에게 눈길을 주고 싶다. ‘찌라시’ 정보조차 당에 더이상 오지 않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부끄러워할 일이다. 이대로는 아무도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음 정권의 주인이 되리라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