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는 1946년 김구, 신익희 선생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설립한 광복 이후 최초의 사립대학이다. 개교 60년에 이르는 전통과 역사를 지녔지만, 학교 슬로건인 3C 이념, ‘변화(Change)를 기회(Chance)로 보고 끊임없이 도전(Challenge)’하는 정신에 맞춰 계속해서 성장을 모색해왔다. 노력은 지표로 나타난다. 2단계 BK사업(연구중심대학육성사업) 종합평가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았고,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2014년 수도권대학 특성화사업(CK-II)에선 총 6개 사업단이 선정돼 연간 40억원씩, 5년간 최대 200억원의 국고 지원을 받게 됐다.
사업단 중에서 연극•영화전공이 속한 예술대학의 에코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Eco Community Art Project)는 수도권역 내에서 예체능 분야 우수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핵심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을 위한 커리큘럼 개선으로, 기존의 예술가 중심 커리큘럼에서 한발 나아가 예술 교육자, 예술 경영 및 기획자 등 사회공헌적 활동에 의식 있는 문화예술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세분화된 커리큘럼이 강점
1998년 설립된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연극•영화전공은 올해부터 연극과 영화전공으로 학과를 분리했다. 학과적 교류를 지속하면서 각 전공 안에서 좀더 체계적이고 세분화된 커리큘럼을 꾸려가려는 시도다. 특성;화 사업에 따라 2015학년도 1학기부터 TA(티칭 아티스트)와 CA(컨설팅 아티스트) 과정이 생기면서 보다 더 획기적인 커리큘럼 변화가 일어날 계획이다. 예술 교육자로 활동하고 싶은 학생들은 교육학개론, 교육심리학과 같은 교육 관련 교과목과 함께 문화예술교육의 이해, 커뮤니케이션 기법, 예술교육상담 등을 이수하면 TA 과정 수료를 인증하고 문화예술교육사 자격도 함께 취득할 수 있다. 아트디렉팅과 세트 개발, CG 시각효과, 프로덕션 디자인 현장 실습 등의 CA 과정을 이수하고 졸업 후 빠르게 산업 현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입맛을 고려하고 현실적인 진로에 도움이 될 변화다. 그렇다고 학과 고유의 모습까지 몽땅 바뀌는 건 아니다. 영화전공의 경우 시네마테라피나 영화철학 등 예술과 인문학을 연결하는 노력을 계속 진행하면서 지금, 여기의 예술이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 고민도 놓치지 않는다.
새 커리큘럼은 튼실한 학과 전통을 바탕으로 한다. 극작, 연출, 연기, 무대미술, 영상기술, 비평 및 이론, 행정 등 연극 공연과 영상 제작에 필요한 모든 분야를 골고루 배울 수 있고, 공연 현장과 제작 현장 방문으로 현장에서 일할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강단과 현장을 아우르는 교수진이 돋보인다. 미국에서 연극사와 평론을 전공한 이혜경 교수, 무대미술 전문가인 김인준 교수의 수업을 통해 이론과 현장을 넘나드는 지도를 받을 수 있으며 성악 교수법 박사인 뮤지컬 보컬 코치 정경희 교수는 뮤지컬 무대를 꿈꾸는 학생들의 열망까지 충족시킨다. 화술 훈련의 대가 크리스틴 링클레이터의 화술 훈련법 지도 자격증을 가진 김혜리 교수의 수업도 연극전공에서 주력하는 학과목 중 하나다.
학교를 방문한 날, 2학년 연극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김혜리 교수의 연기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번 학기는 그리스 비극을 중심으로 조를 나눠 장면을 연기하고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중간 평가를 위한 연습이었는데도 학생들은 실제 무대에 오른 듯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아이스킬로스의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중 한 장면이 상연됐다. 헤파이스토스를 맡은 학생이 프로메테우스를 묶기 위해 망치질을 하고 “아! 프로메테우스여”란 대사를 하자마자, “다시 가!”라는 김혜리 교수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아’라는 탄식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번 더 가. 그냥 지르기만 해. 던져! 놔! 풀어야 할 거 아니야. 놓지를 못하니까 그렇지”라는 발성과 호흡에 대한 지적이 뒤따른다. “네가 (차례를) 너무 오래 기다려서 그래”라는 용기를 북돋는 말도 함께다. 결국 세번 크게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다시 극이 진행됐다. 중간중간 캐릭터의 감정뿐 아니라 발성과 호흡, 몸의 자세까지 디테일한 지적이 이어졌다. “나중에 훈련을 더 해서 몸을 좀더 쓸 줄 알고, 소리를 좀더 쓸 줄 알게 되면 목이 상하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너네 ‘퓨즈’가 나갈 때까지, ‘아, 내 끝이 여긴가?’까지는 가봐야 해. 그래야 늘어. 알았지?”란 교수의 조언에 여기저기서 대답 소리가 들린다. 연기하는 학생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학생 모두 연기에 온전히 몰두한 모습이다.
현장경험 풍부한 교수진
세미나실에선 영화전공의 미장센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시대별로 대표적인 판타지영화를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영화 속 미장센을 이야기한다. “한국 사람들, 판타지 효과 안 좋아하는 거 같은데 사실 좋아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봤지?”란 김중석 교수의 말에 학생들의 눈이 반짝인다. 이어서 팀 버튼의 동화적 판타지가 고스란히 드러난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을 동일한 이야기인 <초콜릿 천국>(Willy Wonka & the Chocolate Factory, 1971)과 비교하면서 미장센적 차이를 살펴본다. 애니메이션을 실사에 삽입한 각종 판타지영화를 보여주면서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배워서 너희 작품에 입힐 수도 있다”는 조언도 곁들인다.
이외에도 영화전공은 <나비>의 감독인 김현성 교수를 비롯해 영화 <꼭지딴> 감독인 김영남 교수, 영화 이론 및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원윤경 교수, <설국열차> <명량> 등의 김창주 편집감독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우수한 교수진과 강사진이 포진해 영상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부터 마케팅과 비평에 이르는 전 단계를 지도한다. 또 국내 대학 최고 수준의 촬영 스튜디오를 보유해 산학협력을 통한 현장 체험도 가능하다. 학생 눈높이에 맞춘 다채로운 커리큘럼과 우수한 교수진, 무엇보다 배움에 진지하고 열정적인 학생들이 있는 국민대학교 연극•영화전공의 내일이 기대된다.
입시전형
국민대학교 연극전공은 수시 모집 미충원 인원이 발생 시 추가 선발할 예정이며 선발 여부는 추후 학과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능 70%, 학생부 30%로 선발한다. 정시 가군인 영화전공은 실기 70%, 학생부 20%, 수능 10%로 19명을 선발한다. 수능 지정 영역 및 반영 비율은 국어 A 또는 B 33.3%, 영어 33.3%, 탐구 두 과목 평균 33.3%다. 실기고사는 제시된 문학작품의 한 부분을 읽고 장면을 분석해 스토리보드로 1시간30분 내에 재구성해야 한다. 스토리보드 구성 관련 기출 문제는 국민대학교 입학 안내 홈페이지(http://admission.kookmin.ac.kr) 정시 모집-자료실에서 확인 가능하다.
텍스트를 자기화할 줄 알아야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예술학부 영화전공 주임교수 김현성 학부장
-커리큘럼 개편에 대해 설명해달라. =다음 학기부터 연극과 영화전공 모두 기존 커리큘럼에 TA(티칭 아티스트)와 CA(컨설팅 아티스트) 과정이 보강된다. 영화전공에서 CA는 프로덕션 운영처럼 창업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영화 편집 등 실제 현장에서 쓰일 부분을 중점적으로 가르칠 예정이다. 현실적으로 제작이나 연출을 하려면 10년, 20년 이상 오래 걸린다. 반면 편집은 젊은 감각으로 잘할 수 있고 바로 취업도 가능하다. 또 한류 붐으로 연기자 지망생이 늘어나면서 예술 교육의 수요도 그만큼 늘어났다. TA는 그런 상황에 맞다.
-학생 지원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하는 거다. 어디에도 꿀리지 않는 교수진과 강사진이 있다고 자부한다. 계속해서 좋은 교수님, 강사님을 모셔오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교수와 학생의 관계도 돈독한 편이다. 교수는 군림하는 게 아니라 학생을 받쳐주는 존재다. 그런 면에서 학생과 교수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학생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기고사인 스토리보드 구성에 대한 팁을 준다면. =스토리보드는 텍스트를 비주얼로 옮기는 능력을 보는 것이다. 스토리보드를 잘 그리면 그만큼 아이디어가 좋은 거다. 공간 개념, 캐릭터 묘사 능력도 그대로 다 드러난다. 이상이나 애거사 크리스티가 쓴 장편소설의 한 부분, 그중에서도 영화화하기 까다로운 부분을 주는 식으로 문제를 낸다. 사물을 의인화한다든지 하면서 생각을 새롭게 각색하는 친구들이 아무래도 눈에 띈다. 주어진 텍스트를 얼마나 자기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