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것들이 모두 찌라시 루머라 우긴다 해도 장관 불러다 손수 수첩 펼쳐 특정 국•과장 콕 짚어 ‘나쁜 사람들’이니 솎아내라던 대통령의 주문은 어쩔 거야. 임기도 한참 남은 공기업 수장 자리에서 대통령 뜻도 비서실장 뜻도 아닌데 내려와야 했다는 당사자의 주장은 어쩔 거야. 도무지 수습이 되질 않네. 검찰이 수사 결과를 제아무리 ‘오너 입맛’에 맞춰 접시에 담아 내준다 해도 사람들이 이미 알 건 다 알고 있다는 사실마저 덮을 순 없다.
확실히 이분은 대통령이 되는 게 목적이었지 대통령이 되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뜻은 없어 보인다. 보여준 적도 없고 보여줄 것 같지도 않다. 전문 용어로 사실상 ‘유고 상태’라 할 수 있다. 계속된 인사 참사며 공백, 석연치 않은 경질의 맥락이 매끄럽게 설명된다. 제대로 지킨 공약은 하나도 없는데 제대로 된 해명조차 한 적이 없다. 사람 못 쓰고 일 못하면서 입만 열면 경제를 살리고 적폐를 없애겠다고 으르딱딱거리니, 보기 딱하게 된 지 오래건만 여전히 방송 뉴스에서는 대통령의 외교를 빙자한 사교가 화려하게 앞머리를 장식한다(청와대 출입 기자들, 어쩌자고 엉덩이와 타자 실력으로 승부를 하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아치는 기자들 앞에서 청와대는 놀랄 만큼 유아적인 태도로 우기기만 하면 된다. 이 지경이 된 데는 그저 우쭈쭈쭈한 언론의 책임이 크다. 육아서 1장 1절.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한다).
그런 분의 측근과 비선이 너무 막강한 권한을 가져버린 게 이번 사달인데, 측근과 비선을 달라진 환경에 맞게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리더의 자질이 가장 큰 이유일 터이다. 청와대 궁중 비사의 원인과 맥락을 간파한 사람들이 통치자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문고리 3인방을 날리면 누구랑 말동무나마 할까, 김기춘 비서실장을 그나마 응원해야 하나, 같은. 참으로 농담 같은 일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