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웅 시인의 책 두권이 나란히 나왔다. 사물감성사전 <생각하는 연필>과 몸감성사전 <미주알고주알>이 그 책들이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그가 살뜰하게 골라낸 단어들로 우리 주변의 사물을, 우리 자신의 몸을 풀이한다. <씨네21>에 연재 중인 소설가 김중혁의 ‘바디무비’ 역시 몸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바디무비’가 영화 속의 이야기와 지나온 삶의 맥락 속에서 몸의 사연을 듣고자 하는 노력이라면 <미주알고주알>은 연상퀴즈의 답을 숙고 끝에 하나씩 얻어내는 듯하다. 권혁웅의 유머감각은 여기서도 아주 은근한데,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에로틱한 소재 혹은야한 이야기가 연상될 때 읽는 맛이 좋다. 과부촌 간판 보신 분? “대개는 과부촌의 ‘부’자 대신에, 부채를 그려넣었다. 부채는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욕망의 환유를 지시하기도 한다. 드러내면서 숨기기.” 그런데 책 제목이 왜 ‘미주알고주알’일까. ‘미주알고주알’도 표제어로 등장한다. “‘미주알’은 ‘똥꼬’를 말하는데, ‘고주알’에는 뜻이 없다. ‘미주알고주알’이란 ‘아주 하찮은 일까지 속속들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고주알’은, 미주알 주변에 붙은, 사소하고 하찮은 부스러기를 말하는 게 아닐까? 미주알을 잘 쓰다듬어야 고주알이 따라온다는, 뭐 그런 용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