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알 쏘기, 쥐구멍에 폭죽 넣기. 이 기상천외한 맞대결의 주인공은 톰과 제리다.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 아카데미 가다!>는 <독 안에 든 고양이>(1940), <크리스마스이브 대소동>(1941), <미국인 제리>(1943) 등 아카데미상 단편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거나 수상한 10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주된 이야기는 고양이 톰과 생쥐 제리의 한판 승부인데 치고받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톰이 중세시대의 기사가 돼 으리으리한 성을 지키는가 하면 제리는 오스트리아 왕궁에서 우아한 왈츠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다양한 상황 설정을 선보이는 영화는 <톰과 제리>의 오랜 팬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같다.
물론 다채로움 속에서도 전형적인 플롯은 여전하다. 영리한 제리의 반격 끝에 들려오는 것은 제 꾀에 걸려 넘어진 톰의 비명이다. 익숙한 내용이 전하는 메시지 또한 그대로다. ‘세상 모든 일이 힘으로 해결되는 건 아냐!’ 빤한 전개와 한결같은 교훈이 지겨울 법도 하지만 톰과 제리의 생동적인 움직임과 풍부한 표정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다. 둘의 육탄전이 시들해질 무렵에는 잠꾸러기 불도그 스파이크, 배고픈 고아 쥐 니블스 등 반가운 얼굴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고전적인 그림체와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도 친근한 멜로디로 귀를 사로잡는다. 벌써 일흔을 넘긴 <톰과 제리> 시리즈의 꾸준한 인기에는 이와 같은 추억의 정서가 한몫하지 않았을까. <톰과 제리 아카데미 가다!>는 어린이뿐 아니라 옛날 애니메이션의 담백한 매력이 그리운 어른도 한번쯤 볼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