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는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서울캠퍼스 외에 경기도 용인시에 자리잡은 국제캠퍼스와 경기도 남양주시의 광릉캠퍼스(평화복지대학원)까지 세개의 캠퍼스를 갖고 있다. 어느 곳이든 자연과 웅장한 건물이 어우러진, 많은 수험생들이 꿈꾸는 ‘대학다운’ 캠퍼스로 유명하다. 너른 광장과 길 사이로 드문드문 위치한 고전적이고 거대한 외관의 건물들 사이를 유영하다보면 다른 대학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차가운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 숲 같은 대학들과 달리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학문의 전당 같다. 예술디자인대학이 자리하고 있는 국제캠퍼스는 한층 고풍스러움과 여유로움을 자랑한다. 직업 교육 기관 같은 딱딱한 느낌이 전혀 없다. 이런 캠퍼스의 외양은 “학술의 권위를 세우고 창조적인 학문세계”를 이루는 전통을 계승하여 “21세기를 이끌어갈 대학다운 미래대학”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경희대학교의 비전에 잘 부합한다. 이러한 비전을 위해 경희대학교가 추구하는 것이 “이론과 현실, 학술과 실천, 과거와 미래, 지역과 지구의 창조적 연계”이다. 기초 교양과 전공의 융합, 학문간의 융복합을 강조하는 경희대학교는 2011년부터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교양 교육을 강조하며 출범한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학생들의 정신적 독립과 지적, 정서적 성숙을 돕는다. 더불어 교양 교육은 전공 및 직업 교육과 결코 대치되지 않는, 서로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고 강화된 교양 교육 위에 더 나은 전문인과 직업인을 키우고자 한다. 이러한 학풍은 연극영화학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연기와 영화제작에 대한 전문 기술을 익히는 데도 이론과 교양 교육이 기본임은 물론이다.
이론과 실기의 융합과 조화
공유와 성유리, 옥주현, 김옥빈 등 방송과 영화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을 배출한 곳이 바로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이다. 1999년에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내에 신설돼 연극영화학과 중에서 후발주자라 할 수 있지만, 섣부르게 속도를 앞세우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운영 이념에 맞게 연극영화학과 역시 교양적인 이론 교육을 기초로 한 제작 실습이 이뤄지는 것. 다수의 연극영화학과들이 실기 위주의 교육을 강조하는 것과 다르다. 연극 및 영화제작 교육을 앞세운 학과에서 실습수업의 중요성을 간과할 리 없지만 단순한 기술 교육은 지양한다는 의미다. 교양과 기초 이론을 토대로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만 유용한 기술을 넘어 영원히 지속될 예술적 기본기의 배양과 고급 테크닉 교육”이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의 지향점이다.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개설된 커리큘럼을 훑어보면 여느 대학과 큰 차이는 없다. 학과를 영화트랙과 연극트랙으로 분리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연극트랙은 연극 및 뮤지컬 연기 교육에 중점을 두며 영화트랙은 영화 이론 및 제작 실습 교육을 하고 있다. 연극트랙에 뮤지컬노래실습, 뮤지컬종합무용연기, 뮤지컬오디션테크닉, 뮤지컬양식실습 등 뮤지컬과 관련된 수업이 많다는 특징을 제외하면 연극개론과 공연제작실습, 영화기술실습, 영화연출연구, 사운드프로덕션 등 연기 및 영화제작에 대한 단계별 교육 과정이 마련된 점에서 다른 대학과 대동소이해 보인다. 하지만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이효인 학과장은 “겉으로 보기엔 여느 대학과 비슷해 보이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본과 커리큘럼의 내용이 교양 교육을 강조하는 본교의 지향점과 맥을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본기를 강조하는 것은 제대로 된 기술 교육을 위해서다. 실습 교육이 중요한 학과인 만큼 학교쪽에서는 실습의 기회와 장비를 충분히 지원하고 있다. 연극영화학과 학과사무실 옆에 마련된 기자재실에는 각종 카메라와 이동형 레일시스템 등이 학생들의 실습 도구로 준비돼 있다. 마침 ‘고급촬영과 조명’ 수업을 앞둔 학생들이 기자재실 앞에 모여들었다. 각자 필요한 장비를 챙기고 조별로 사용할 장비를 분배해 촬영장소로 옮기는 모양새가 매우 익숙하다. 김선령 교수가 지도하는 ‘고급촬영과 조명’ 수업에서는 네댓명의 학생들이 한조가 되어 정해진 시나리오에 맞는 장면을 직접 찍으며 촬영 및 조명 기술을 익힌다. 한 학기 동안의 실습 결과, 각조는 단편영화 한편을 만드는 셈이다. 개별 실습 전, 김선령 교수는 각조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에서는 직접 촬영 지도를 하기도 했다. 이어서 학생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실습에 들어갔다. 어떤 조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또 다른 조는 예술디자인대학 1층에 있는 카페를 배경으로 촬영 실습을 했다. 경희대학교의 넓은 캠퍼스는 연극영화학과의 야외 촬영 실습에서도 빛을 발했다.
예술적 동반자로 교감하는 교수진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는 연극트랙과 영화트랙으로 구분해 입학생을 선발하지만 학생이 원한다면 교차 수강이 가능하다. 연기를 전공하는 연극트랙 학생과 영화제작을 전공하는 영화트랙 학생이 교류하고 상호 이해함으로써 각자에게 필요한 능력을 더욱 함양할 수 있다. 스타일장면연기와 영상연기연출실습, 크리에이티비티는 뮤지컬과 연극 연기, 영화 연출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과목들이다. 연출자와 연기자가 서로 역할을 바꿔 경험해보면서 영원한 협력자 관계인 상대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트랙이 구분돼 있지만 서로의 전공을 탐색하고 경험할 시간이 충분한 데다 전공 이전이 가능해 실제로도 학부 과정 중에 트랙을 옮기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효인 학과장은 “대학 4년은 기본을 다지는 기간”이라고 말한다. 직업 기술 연마 이전에 교양 교육의 기반 위에서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예술가의 길에 대해 자문해보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재학생들의 지식 함양과 경험 축적의 여정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 교수진이 함께한다. 모노드라마 <자기만의 방>과 영화 <늑대소년>을 비롯해 연극과 방송드라마에서 활동 중인 이영란 교수와 <미스 사이공>과 <마술피리> 등 유수 뮤지컬과 오페라를 연출한 김학민 교수는 연극트랙 학생들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더불어 영화 이론 및 평론을 전공한 이효인 교수, 각각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제작을 전공한 김재성 교수와 김정호 교수가 영화트랙 학생들에게 다방면의 영화제작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입시전형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는 정시 나군에서 영화 연출 및 제작전공 20명과 연극 및 뮤지컬 연기전공 10명을 뽑는다. 영화 연출 및 제작전공은 수능 70%, 실기고사 30%를 반영하며, 수능은 언어 50%, 외국어(영어) 50%로 구성된다. 실기고사는 두 문제가 출제되는데, 주어진 조건을 토대로 세 시간 내에 열 장면 내외의 이야기를 구성해야 한다. 연극 및 뮤지컬 연기전공은 수능 40%에 실기 60%를 반영하며, 역시 수능은 언어 50%와 외국어(영어) 50%로 구성된다. 실기고사는 1분 미만의 지정연기와 1분20초 미만의 자유연기, 그리고 구두면접으로 구성된다.
기본기를 충실히, 전문성을 탄탄히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이효인 학과장
-경희대학교는 실습 이전에 이론 및 교양 교육을 강조한다고. =1999년 학과 신설 후 처음에는 필수적인 이론 과목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제작 실습 위주였다. 하지만 10년쯤 지나고 보니 고급 제작 기술은 대학을 떠나 대학원이나 현장에서 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이뤄져야 하는 교육은 교양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한 실습이었다. 학생들이 단순히 기술을 따라 배우는 게 아니라 이론적으로 고민하며 생각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거다. 이론과 실기가 융합되도록. 이건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운영 이념과 같은 맥락이다. 실기수업만 또는 이론수업만 들었던 학생들과 두 가지를 융합해 배운 학생들에겐 차이가 있더라. 후자 학생들의 이해도가 확실히 높았다.
-이런 교육을 통해 지향하는 인재상은.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통해 충분히 교양을 쌓고 전공 수업에서 전문적인 기량을 닦는 것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왜 연극인과 영화인이 되려고 하는지, 학생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길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자 한다. 그들이 당장 현장에 취직하는 것보다 4년간 대학에서 왜 이걸 공부했는지 답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알게 될 테고.
-교차 수강으로 전공 탐색의 기회도 넓은 듯하다. =연극트랙과 영화트랙 사이의 이동도 가능하고, 연극트랙 내에서도 연극과 뮤지컬 등 4년 동안 스스로 실험해보고 어느 것이 자신에게 잘 맞는지 선택하도록 배려한다. 대학 4년은 기본을 탐색하는 굉장히 중요한 기간이다. 4년간 뮤지컬연기와 연극연기, 영화 연출에 대한 기량을 다 닦을 수는 없다. 우리 학과가 강조하는 것은 정말 기본이다. 기본적인 훈련을 통해 예술의 교양을 닦고 전문성을 키운다.
-입시에서 어떤 학생을 바라나. =연기 전공생에게 요구하는 것은 연기에 대한 기본적인 재능인데, 학원에서 만들어진 연기는 심사위원들이 다 알아본다. 재능 뒤에 숨은 자신만의 열정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영화트랙에서는 수능 70%, 실기고사 30% 비중으로 심사하는데,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실기에서 거의 판가름이 난다. 매끈하게 잘 쓴 시나리오가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것. 응시자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중점을 둬서 심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