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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목사 믿는 환자인가, 예수 믿는 신자인가

<쿼바디스> 김재환 감독

김재환 감독은 미국의 어느 유력 매체의 기자가 자신에게 했던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전하며 인터뷰의 말문을 열었다. “그 기자가 어눌한 한국말로 이러더라, 한국 교회, 왜 이렇게 또라이예요? 외국인들이 한국적인 풍광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붉은 십자가다. 외국은 그렇지 않다. 십자가가 그렇게 많은 곳은 무덤뿐이다. 내게는 그러니까 한국 기독교가 무덤이 된 것처럼 보인다.” 김재환 감독의 신작 <쿼바디스>는 그 수많은 십자가들을 향한 냉철한 자성의 목소리이며, <트루맛쇼> <MB의 추억>에 이은 통렬한 풍자화다.

-<쿼바디스>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자주 방영해주던 영화의 제목이라 낯익다. 제목을 패러디하려는 의도였나.

=1951년 <쿼바디스>를 물론 염두에 두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맥락이 있다. 나는 나의 전작들을 ‘역지사지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트루맛쇼>에서는 미디어가 하는 행태 그대로를 빌려와 미디어를 찍어본 것이었고, <MB의 추억>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 유권자를 보는 것이었다. <쿼바디스>에도 이런 역지사지의 면이 있다. ‘쿼바디스’라는 말뜻은 원래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이다. 교회가 박해받던 시기에 베드로가 예수에게 물은 말이며 예수를 믿는 사람이 박해받을 때 냈던 신음이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 교회를 보며 오히려 예수님이 신음을 내고 계실 것 같다. 그러므로 나는 원래 그 말의 향방을 거꾸로 바꾸어서 지금 한국 교회에 묻고 싶었다. 신음하는 예수님이 한국 교회에 묻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 교회는 과연 어디로 가는가, 하고.

-시사회는 좀 열어봤나, 반응은 어떤가.

=많이 했다. 의외로 70~80대 어르신들이 많이 오신다. 그분들에게 “51년 <쿼바디스>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잘못 알고 오신 것 아닌가요?” 하고 물으면 다들 빙그레 웃으시며, 다 알고 왔다고 말씀하신다. 목사님들도 많이 보러 오셨다. 그분들은 잘 알고 있는 거다. 대형 수술을 해야 할 만큼 위중한 한국 교회에 단지 빨간 약만 발라져 있다는 사실을.

-기독교인인가.

=그렇다. 영화에서 기독교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던가? (웃음)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기독교 영화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 영화는 한국 교회의 민낯, 한국 교회의 욕망을 보자는 것이다. <MB의 추억>으로 유권자의 욕망을 들여다보고자 했던 것처럼. 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국 기독교 성공학의 결정판이다.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는 이 영화로 비기독교인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싶었다.

-한국 대형 교회의 폐단에 대한 비판이 주요 내용이다. 관련자들도 등장하고. 소란스러워질 여지가 있을 텐데.

=안 그래도 영화에 등장한 교회의 몇몇 관계자들이 이 영화를 봤다고 하더라. 자신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왔나 걱정됐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진짜 웃긴 상황이다. 그들이 보러온 자리는 펀딩에 참여한 분들을 위한 유료 시사회였으니까, 이 사람들은 내 영화를 확인하려고 영화의 펀딩에 참여를 한 거다. (웃음) 준비는 다 되어 있고 법적으로 걸어도 내가 이긴다. 오히려 내가 서글픈 건 주변으로부터 “두렵지 않느냐, 어디 해외라도 잠시 다녀와라” 이런 말을 들을 때다. 교회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두려운 존재가 되었구나,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런 교회는 더이상 교회가 아닌 거다. 그래서 <쿼바디스>의 포스터에 메인 카피를 이렇게 적어놨다.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 본래의 제 의미를 상실하여 이미 교회가 아닌 것들을 대상으로, 그것은 교회가 아니라고 새삼 말하려니 오히려 허무하기까지 하다.

-참고한 자료들이 있는가.

=일단 많은 책을 참고했는데, 그중에서도 청어람 아카데미 양희송 대표의 책 <다시 프로테스탄트>에 크게 빚졌다. 그 책에서는 한국 교회의 폐단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 번째, 성직주의. 한국 교회가 목사들로 다 대표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성장주의. 성장이라는 가장 큰 목표를 설정해두고는 다른 모든 문제는 다 덮어버린다는 것이다. 세 번째, 승리주의. 세상을 싸워 이겨야 하는 존재로 본다는 것이다.

-전체 맥락의 구성에 있어서는 어떤 흐름을 따랐나.

=성직주의, 성장주의, 승리주의라는 패러다임 안에 있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맥락화했다. 때로는 장소가 아주 중요했다. 예를 들면 평화 기도회에 참석한 조지 부시의 장면과 이랜드 해고 노동자들의 농성 장면을 연결시켜놓은 부분이 그렇다. 시간차는 나지만 둘 다 배경이 되는 장소가 상암월드컵경기장이다. 어떤 나라의 경우에는 부시를 전쟁 범죄자로까지 취급한다. 그런 사람이 한국에 와서는 평화를 간증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간증하기 위해 섰던 월드컵경기장 그 아래층 홈에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나? 기독교적 기업이라 자처하던 이랜드가 노동자들을 잔인하게 해고했고 그들의 농성이 있었다.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우리나라의 민중과 교회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예이다. 이랜드 노동자들이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이 시무 장로로 있었던 사랑의 교회를 찾아가 농성하는 장면을 넣은 것도 그런 이유다.

-사랑의 교회 증축에 관한 언급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거기에서부터 이야기를 풀고 싶었다. 그 증축에 땅값까지 포함해 3천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영화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들을 농축하고 있는 상징물처럼 여겨졌다. 지금 한국 대형 교회의 가장 화려하면서도 가장 부끄러운 면모를 담고 있는 상징적 건축물이기 때문에 그렇다. 목사 의존주의, 성직주의, 성장주의 등 많은 문제가 거기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면 이 교회의 목사는 “우리 교인들 중에 판검사가 몇명 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의 모순을 직접 볼 수 있는 이 건물의 이미지로 영화를 열고 닫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마이클 모어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킨다. 미국의 다큐 감독 마이클 무어의 인상착의를 흉내냈다.

=가상의 인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이클 ‘모어’라고 이름 지었다.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을 보면 그가 친구인 토머스 모어의 이름을 빌려와 패러디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 책에서 영감을 받아 가져온 부분들이 많다. 그 배경을 아는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다가 한번씩 빵빵 터지는 즐거움을 맛보게 될 것이다. 에라스무스는 루터와 같은 중세 시대의 종교 개혁자였다. 중세 유럽 기독교가 처한 상황은 지금의 한국 기독교의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 만연하는 한국 교회의 헌금 중시주의를 보자. 중세 시대에 면죄부를 파는 것과 똑같은 거다.

-비판의 대상이 되는 해당 목사들의 인터뷰가 없다. 안 만나주던가.

=당연히 안 만나준다. 만나려고 기다리기도 했지만 매번 따돌림 당했다. 돌아온 답변 중에는 이런 말도 있었다. “그분은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웃음) 쉽게 만날 수 없는 분이라니, 이 말, 정말 웃기지 않나. 목사님 만나는 게 예수님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조용기 목사에게 “정말 예수 믿는 사람 맞습니까?” 하고 감독이 외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은 조용기 목사의 법정 출두 장면이다. 날짜와 장소가 정해져 있었으니 미리 아침부터 기다릴 수 있었다. 카메라맨들을 건물 입구마다 보내 대기하고 있었는데, 내쪽으로 와서 마침 찍을 수 있었다. 어떤 질문을 할지 미리 정해놓은 건 아니었다. 뭘 질문할까 생각했는데 그냥 답답하기만 했다. 내 마음속에서 본능적으로 나오는 말을 따라보자, 했던 것인데 그 말이 나온 거다. 생각보다 내 울분이 컸었나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의 목사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이 영화는 다큐와 픽션이 섞여 있는데, 성추행 파문을 일으켰던 전병욱 목사 부분을 묘사할 때는 다른 사안에서보다 픽션을 더 적극 활용했다.

=다른 분들 내용에서도 그런 극화된 환상 장면들이 좀 있었는데, 뺐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전병욱 목사가 쓴 책의 내용을 피해자 여성들이 그에게 다시 읽어주는 장면이 꼭 필요했다. 아는지 모르겠는데, 그는 정말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대형 서점에서 팬 사인회를 하면 한 시간이 지나도 줄이 줄어들지 않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나한테도 그분 책이 네권이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자기가 쓰는 글과 삶이 다른, 바로 그 부분을 지적하고 싶었다. 잘못한 것을 알지만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방법을 못 찾는 자의 고뇌를 표현하고도 싶었고. 그 부분만 환상이 들어갔는데, 많이 이상하던가?

-갑작스럽게 인물의 내면이 표현되는 장면이어서 돌출적으로 보였다. 다만 영화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상호 기자, <뉴스타파> 최승호 PD 등도 픽션 부분에 등장하여 연기에 한몫하던데.

=<뉴스타파> 최승호 PD는 내 10년 선배다. 최 선배가 오래전에 <경찰청 사람들>이라는 프로를 했었다. 이번에는 마치 자신이 거기 나오는 사람들처럼 연기를 한 거다. (웃음) 그리고 이상호 선배는 기자하기 전에 KBS 슈퍼탤런트 최종 본선 무대까지 올랐던 사람이다.

-기독교 내부 개혁자들의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가 상당수 등장한다는 사실이 이 영화의 어떤 방점일 것이다.

=되도록 많은 관련 서적을 읽고 난 뒤에 그중 내가 인터뷰를 하고 싶었던 분들을 선별했다. 그분들의 책의 내용과 이 영화가 어떤 접점을 이루기를 바랐다. 반면에 어떤 분들은 출연을 거절했다. 이 영화의 내용이 더 좋은 교회로 만들기 위한 개혁에 관한 것인지, 단지 무너뜨리기 위한 공작에 관한 것인지 의심스러워 그랬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대형 교회 관련한 인터뷰 자체가 싫다는 분들도 계셨다. 시달려서 싫다는 것이었다. <트루맛쇼>에서처럼 하나의 프레임을 정해놓고 보여줄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전체의 욕망과 방향을 보여줄 필요를 느꼈다. 전반적인 개혁이나 변화를 바라는 관점이 잘 드러나기를 바랐다.

-인터뷰이 중 한분은 문제의 핵심을 “돈과 권력”으로 집약한다. 김홍도 목사가 그 예로 등장한다. 김 목사는 현재 법정 구속 상태다.

=어떤 분이 그런 농담을 하시더라. 전국을 돌며 <쿼바디스> 무대 인사를 함께해주어야 할 이 시점에 거기 계신다고. 여의도 순복음교회 일가의 문제도 유사하다. 그러니까 우린 물어야 한다. 당신은 목사를 믿는 환자인가, 예수를 믿는 신자인가.

-<쿼바디스>가 지금의 상황을 어느 정도 바꿔놓을 수 있을 것 같나.

=늘 그랬다. 사람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은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안 바뀌는 것처럼 보여도 변화를 원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미세한 변화들이 늘 감지되곤 한다. 그래서 힘들어도 이 일을 하는 것이다. <쿼바디스>도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 일반적인 기독교 관련 휴먼다큐는 많이 있다. 나는 오히려 다른 변화의 시작이 되는 그런 걸 해보고 싶었다.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만 있다면, 이 영화를 본 몇 사람의 마음만이라도 바뀌는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만족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교회가 스스로 풍자의 대상이 되고 도마에 오르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김재환 감독은 비기독교인의 눈에 <쿼바디스>가 어떻게 비치는지 많이 궁금해했다. 답하자면 비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보아도 <쿼바디스>는 사회적 상식에 관한 정당한 질문이 담긴 영화인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기독교 외부에서 내부를 단죄하거나 계몽하려는 대신 기독교 내부의 자정적 목소리를 모았다는 것은 신뢰할 만한 일이다. 김재환 감독 스스로가 그 일원 중 하나인 것은 당연하다. 그 방법이 풍자일 뿐이다. 적어도, 한국의 기독교 상황에 관한 한, 특히 대형 교회들의 정황에 관한 한, 김재환 감독은 당대의 에라스무스가 되기를 자청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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