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결혼은 별개의 방정식이다. 대개 갈등과 드라마는 두 영역을 하나로 잇고 싶은 애틋한 욕망으로부터 출발하고, 끝내 실패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과 결혼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감정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한다. 어쩌면 그 믿음이야말로 온갖 시련에도 불구하고 끝내 우리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환상임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1963년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은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박사학위를 준비 중이다. 그는 파티에서 만난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와 사랑에 빠지고 새로운 세상에 눈뜬다. 어느 날 루게릭병 선고를 받고 2년 안에 죽을 것이란 말을 듣고 좌절하지만 제인은 그에 대한 사랑을 접지 않는다. 호킹과 결혼한 제인은 그가 박사학위를 마치고 새로운 이론을 완성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스티븐 호킹의 전기영화와 그의 사랑을 다룬 로맨스영화의 중간쯤에 서 있다. 이야기는 명확하고 단순하다. 두 남녀가 만나고 위기를 겪고 이를 극복한다. 어떤 상황은 아름답고 어떤 상황은 괴롭다. 사연이 특별한 만큼 역경의 과정이나 제인의 헌신은 과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된다. 몇몇 극적 과정을 생략한 이 선택이 나쁘진 않아 보이지만 애써 담백하게 풀어내려다 보니 감정적인 끈끈함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설사 삽화집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이 정도로 예쁘면 상관없다. 워킹타이틀 영화답게 매 장면이 아름답다. 드라마는 보편적이되 매 순간은 화려한, 특별하지만 동시에 별다를 것 없는 연애의 속성을 잘 잡아냈다.
워킹타이틀의 노하우가 로맨스의 공기를 채워냈다면 전기영화로서의 무게감을 담당하는 건 스티븐 호킹 역의 에디 레드메인이다. 발군의 연기를 선보인 그는 배우의 육체만으로 전기영화가 성립함을 증명한다. 루게릭병으로 점차 생기를 잃어가는 모습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표현하는데, 근육을 잃어가는 호킹을 묘사하고자 모든 근육을 통제하고 사용하는 느낌이다. 우주의 모든 것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설명하고 싶었던 호킹의 도전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이론을 포기할 이유는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스티븐 호킹의 신체적 결함은 사랑과 결혼, 어느 것도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이 모든 걸 통합해내는 사랑의 위대함을 설파하는 영화가 아니다. 실패를 알고도 기꺼이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세상 모든 연인들을 위한 예쁜 변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