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로맨스>는 계절을 담은 영화다. 먼저 가을. 단풍잎이 물든 산에 오르는 날, 짝사랑하는 수진(최은아)이 오지 않자 우기(이응재)는 마음이 상한다. 함께 온 친구 상범에게 계속 시비를 걸고, 술에 취해서는 산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허세를 부린다. 그는 30대 중반의 노총각으로 가방끈은 긴데 연애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 여름. 그를 ‘찌질이’라고 전화기에 등록한 수진은 친구들과 바다로 떠난다. 친구의 애인도 함께 왔는데, 친구들의 내숭과 질투가 유독 심하다. 수진은 모든 일에 강단 있게 대처하면서도 정작 전 남친과의 연락은 끊지 못하는 여자다. 겨울. 창밖 풍경은 하얀 눈으로 가득하고 우기와 수진은 함께 기차에 오른다. 우기는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수진은 그를 귀엽게 여기면서도 전 남친의 연락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춘하추동 로맨스>의 계절에 봄은 없다. 우기 역을 맡은 배우 이응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이 두 사람의 봄은 빈자리로 남았다. 하지만 영화의 로맨스가 미완인 것은 아니다. 오창민 감독은 2009년 가을을 시작으로 5년 동안 세편의 단편을 찍어 이를 한 데 묶었다. <단풍맞이 단합대회> <핫썸머 바캉스> <달려라 눈꽃열차>. 제목에서 느껴지듯 영화는 두 사람의 연애를 극적으로 이어놓은 것이 아니라, 각 계절 여행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연애의 단면을 유쾌하게 담았다. 상투적일 수밖에 없는 소재임에도 담백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솜씨가 좋다. 봄이 없어도 제법 괜찮은 연애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