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하가 돌아간 뒤 책상 위에 엽서 두통이 도착했다. 339호에 실린 <와이키키 브라더스> O.S.T 발매 소식을 접하고 몹시 기쁘다는 서울 독자 한분과 뒤늦게 <와이키키…>를 보고 긴 감상을 적어 보낸 경남 창원의 밴드맨의 것이었다. 엽서를 읽으며 ‘왜 좀더 일찍 도착하지 않았을까’ 안타까웠다. 김성하에게 보여줬더라면 안심하고 좋아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 그런 생각이 들만큼 그의 영화에 대한 염려와 걱정은 은근하고도 깊은 것이었다. 음악하는 사람들이라면 괜히 외면하고 싶을 만큼 ‘딱 있는 그대로’ 그려진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는, 그래서 일반인들에겐 딴 세상 얘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김성하의 걱정은 다름 아닌 그것이었다. “공감이 가세요? 우리는 서로 ‘딱이다’ 하고 보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영화에 공감하는 이유가 밴드의 삶 자체가 아닌 그것을 타고 전해지는 고단함과 비루함이 아니던가. 김성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한다.
“임순례 감독님이 O.S.T 제작을 해달라고 연락줬을 때 아무 조건없이 무조건 도와드리기로 마음먹었어요. 이런 영화를 만들어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운 분이라고 생각했죠.” 처음 <와이키키…> 기술 시사가 있고 나서 그는 이 영화를 무려 4번이나 다시 봤다.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 감탄하면서도 감독이 여자라는 것, 밴드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건 감히 상상하지 못했단다. 나중에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4개월 가까이 지방의 나이트 밴드들과 함께 살다시피 한 사연을 듣고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O.S.T에 채워진 <불놀이야> <세상만사> <I Love R&R> 등은 80년대 음악한다며 밴드에 들어온 대다수의 밴드맨들이 목이 터져라, 손가락이 부러져라 연습하던 곡들 중 대표곡들. 기타 연주 해주던 그뿐만 아니라 나머지 세션맨들도 감회에 젖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스피린> <Mr. Lonely> 등을 부르며 5인조 록그룹 ‘걸’(GIRL: Get Into Rock & Roll Legend)에서 기타맨으로 활약하던 96년, <댓 씽 유 두>의 ‘완더스’가 그러했듯 그와 그들은 지면을 박차고 높은 하늘에서 부유하는 존재들이었다. 지금은? <와이키키…>의 성우처럼 발가벗고 기타 드는 신세로 전락한 것은 아니지만, 힘들어진 건 사실이다. 99년 <주노명 베이커리>를 통해 영화음악이라는 새로운 출로를 찾은 그지만, 여전히 ‘Mr. Girl’이라는 밴드의 리더이기도 하다. “영화는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라밤바>나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같은 음악이 주인공인 영화가 만들어질 때까지 부지런히 참여할 거예요.” 글 심지현 simssisi@dreamx.net·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프로필
밴드활동
89년 5인조 그룹 ‘July’ 결성
91년 그룹 ‘Ecstasy’로 명칭 변경
각종 클럽에서 7년여간 언더그라운드 활동
96년 5인조 밴드 ‘GIRL’로 재탄생
1집 <Get Intro, the Rock’n, Roll Legend>
2집 <Ecstasy>
올해 3월 그룹 ‘Mr. Girl’ 이름으로 3집 발매
4집 구상중
영화
99년 <주노명 베이커리> 음반 제작
2001년 <와이키키 브라더스> 음반 제작
<아프리카> 작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