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에 대한 만화책 두권이 나란히 출간되었다. 호즈미의 <안녕, 소르시에>와 바바라 스톡의 <반 고흐>.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확연히 다른 그림체만큼이나 다른 전개다. 일단 공통점부터. 반 고흐에 대한 신화는 그가 생활고와 싸우고 다른 화가들과 다투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사후에 인정받고 유명해질 그림들을 그려냈다는 가정을 한다. 호즈미와 바바라 스톡은 그가 홀로 마지막 시간들을 견딘 것은 아니라고, 그의 가장 오래된 친구이자 후원자이자 지지자가 그 시간을 함께 버텨주었다고 가정한다. 바로 그의 동생 테오다. 화랑에서 일하던 테오는 형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도록 그를 격려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반 고흐>는 반 고흐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색채의 향연이다. 태양이 샛노랗게 달아오르고 밤의 별빛은 영롱히 빛나는, 이발소 벽화에서나 화장실 문 앞에서나 상투적으로 등장하곤 하지만 매번 시선을 잡아끄는 빈센트 반 고흐의 색채. 그가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다음 그림을 그릴 장소를 찾아 나설 때마다, 그를 둘러싼 세상은 어지럽고 메스꺼운 보라색의 물결에서 해바라기가 들판 가득 피어 있는 찬란한 빛으로 다시 태어난다.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라 자해하는 장면은 화려하고 강렬하며 끔찍하게 묘사된다. 종이에서 비명이 들려오는 느낌이 드는 레이아웃과 색채의 대비가 멋지고도 슬픈 대목이다. 고갱이 반 고흐를 찾아오는 대목은 이 책에서 가장 행복하게 묘사되고 있는데, 그때의 그의 기분은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을 길게 인용하는 것으로 강조된다. 참고로 인터넷 서점에서 컬러로 미리 보는 경우, 컬러가 실제 책과 꽤 차이가 있고, 종이책쪽이 더 근사하다.
<안녕, 소르시에>에서 ‘소르시에’는 마법사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누가? 강렬한 붓자국이 마술처럼 생생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이 만화는 아무리 근사한 재능이라도 알아보는 사람이 필요하며, 극적인 성공에는 연출가의 손길이 필수라고 강조하면서 제목의 주인공을 동생 테오 반 고흐로 하고 있다. 단편집 <결혼식 전날>로 이름을 알린 호즈미는 이 만화로 ‘이 만화가 대단하다! 2014’ 여성만화 부문 1위를 했는데,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과감한 상상력을 동원한다. 2권 중반부터는 깜짝 놀라게 될 것. 바바라 스톡의 <반 고흐> 말미에서는 아내와 갓난아이를 데리고 형을 찾는 테오가, 여기에서는 천재적인 판단력을 지닌 카리스마 넘치는 배후인물로 묘사되며, 고흐의 유명한 자화상이 “동생 테오도 루스일지도 모른대” 하는 설까지 슬쩍 흘려넣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두 작품 다 결말 부분이 같은 느낌으로 끝난다. 아마도 이것이야말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의 불행했던 삶을 알게 된 뒤 가장 바라온 최고의 엔딩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