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침팬지 인형을 안고 다니는, 온화한 미소의 백발 여성.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침팬지 전문가 제인 구달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제인 구달>은 침팬지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제인 구달이 어떤 계기과 사건을 겪으며 환경보호운동가로, 휴머니스트로 자신의 활동 반경을 확장해왔는지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의 전반부는 지금의 제인 구달을 가능하게 한 침팬지 연구에 대한 이야기다. “연필과 노트, 열정”만 가지고 미지의 아프리카에 당도했던 젊은 연구자 제인 구달의 모습과 그런 그녀의 업적에 대한 지인들의 회고, 노년이 되어 처음 연구를 시작했던 탄자니아의 침팬지 서식지를 다시 찾아 침팬지들과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는 제인 구달의 모습을 영화는 차분히 응시한다. 후반부는 인간과 자연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환경보호와 인권운동에 힘쓰는 활동가 제인 구달의 모습을 비춘다. 청소년들의 환경보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뿌리와 새싹’ 운동, 인간과 침팬지의 공존을 위한 ’테이케어’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제인 구달의 인생을 조명한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제인 구달 그 자신일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는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녀의 에너지가 선사하는 감응이 이 영화에는 있다. 위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보다는 그의 삶을 잘 정리하는 데 그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