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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선생님들의 어린 버전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명령불복종교사> 서동일 감독에게, 뮤지션/음악감독 이아립이 묻다

뮤지션/음악감독 이아립, 서동일 감독(왼쪽부터).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일명 일제고사, 초•중•고의 일부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가 부활된 2008년, 학부모와 학생의 자발적 선택을 존중하여 시험 대신 체험학습을 허가한 전교조 소속 교사 7명이 파면 및 해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서동일 감독의 <명령불복종교사>는 이 부당한 징계에 맞선 그들의 저항과 승리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뮤지션이자 라디오 DJ이며 태준식 감독의 다큐 <어머니>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이아립씨가 대담자로 흔쾌히 나서주었다. 영화를 보며 펑펑 울었다는 그녀는 빽빽하게 적은 질문지를 들고 서동일 감독을 만났다. 두 사람은 이내 ‘선생님들’에서 ‘아이들’로 초점을 옮겨가며 신선한 문답을 주고 받았다.

서동일_이아립씨 음악을 들으며 이 자리에 왔다.

이아립_유명한 노래가 워낙 없어서…. (웃음) <명령불복종교사>는 어떻게 찍게 된 영화인가.

서동일_2008년에 해직 파면된 선생님들의 기자회견을 뉴스에서 봤다. 성추행 교사, 폭력교사들에게도 그런 중징계는 잘 내려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체험학습을 허락한 게 어떻게 해임당하고 파면당할 일인가 황당하기도 하고 열도 받고 해서 다음날 당장 선생님들을 찾아갔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아립_사전 구상 없이 갑작스럽게 시작됐고, 게다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촬영할 때 다른 인력들이 필요했겠다.

서동일_맞다. 많은 분들이 계셨다. 그중에서도 아내의 친구인 ‘덕소 부인’이라고 있다. (웃음) 덕소에 살아서 그렇게 부른다. 이런 사안에 관심은 많지만 카메라를 잘 몰라서 내가 기본 조작법부터 가르쳐 드렸는데, 영화에서 무척 중요한 첫 장면을 오히려 그분이 찍어왔다. (웃음) 선생님 한분이 한밤중에 학교쪽으로부터 갑작스럽게 해임통보를 받는 장면이다.

이아립_그 장면은 정말 중요하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사실을 알고 있다 해도 현실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모르지 않나. 밤에 저렇게 무작정 집에 찾아와서는 통보했구나, 알게 된 거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감독님 입장에서는 이 영화를 완성할 때 고민도 좀 있었을 것 같다. 선생님들의 복직이 결정된 지금 상황에서 영화를 완성한 건데, 시의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서동일_<명령불복종교사>는 전작 <두물머리>(2013)보다 먼저 시작했다. 하지만 <두물머리>를 3년4개월간 쫓아다니며 찍어야 했고 1년 간 편집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이 영화를 미루게 됐다. 선생님들에게 미안해서 아예 포기할까 생각까지도 해봤다. 시의성 면에서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이 그렇지 않았다. 세월호 관련해서 비판적인 성명서를 낸 전교조 교사는 징계를 당하고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하여튼 교사가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만 하면 국가의 품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금의 정부는 이를 징계하려 한다. 현정부 아래서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제고사가 더이상 이 영화의 초점이 아닌 거다. 양심적인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려 할 때 그들을 둘러싼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가, 하는 걸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아립_긍정적인 의미에서 말하는 건데, 이 영화가 이렇게 신파일 줄 몰랐다. (웃음) 나는 특히 아이들이 선생님을 지키려고 악다구니를 쓰며 울 때 따라 울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중학생 때 전교조 선생님들이 탄압당하는 걸 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때문에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스승의 날 때 선생님에게 카네이션 달아 드리는 것도 싫어서 갖고 갔다가 그냥 집으로 가져오곤 했다. 내가 존경할 만한 선생님은 없다고 여기면서.

서동일_사실 교육이 사회의 가장 기본 아닌가. 그렇다면 학교가 자율적이고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의 장이어야 할 텐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사가 자신의 철학이나 소신을 갖고 있다면 그걸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펼칠 자유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아립_그러니 영화에서 전교조 선생님을 옹호하는 한 아이가 교장 선생님을 향해 “짐승”이라고 부를 정도 아닌가.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어떤 아이들은 선생을 선생이 아니라 생선이라고 불렀다. 나는 사실 학교라는 공간을 좋아해서 주말에는 일부러 가서 도시락도 까먹고 남의 반에도 가보고 하면서 놀았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 자체는 좋은데 구성원들의 분위기가 나빴던 기억이 있다. 일관성이 있으면서도 자유로운 교육의 장이 하루빨리 마련됐으면 한다. 이와 관련한 다큐도 극영화도 다양하게 나왔으면 좋겠고.

서동일_그러고 보니 내가 뉴스를 처음 보고 달려간 이유도 그때 막 둘째아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커가면서 저런 황폐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하고 분노하면서 말이다.

이아립_한편으로는 여기에 이 영화의 중요한 역설도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 아이들이 선생님을 지키려고 스스로 마이크를 잡고 자발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이토록 나쁜 상황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계기를 주고 있는 거다. 이 영화의 제목은 <명령불복종교사>지만, ‘명령불복종아이들’이기도 한 거다.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어린 버전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말 좋은 교육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생활의 재발견을 하고 싶으면 다큐 감독이 되어라, 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도 있겠다. (웃음)

서동일_실제로 나 자신이 다큐를 찍으며 삶을 배웠다. 장애인들의 성을 다룬 다큐 <핑크 팰리스>(2005)를 찍으면서는 장애인에 대해 가진 편견을 버릴 수 있었다. 심지어 그때 인터뷰 과정에서 만난 여인과 눈이 맞았고(웃음), 지금은 다운증후군 딸을 둔 장애인 가족 구성원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서동일 감독의 딸 은혜양은 옴니버스 <다섯 개의 시선>(2005) 중 박경희 감독의 작품 <언니가 이해하셔야 해요>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바 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에 맞서 유기농지를 지키려는 팔당 농민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두물머리>를 찍고 나서는 농산물 하나도 함부로 먹지 않는다. 지난 3월부터는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토요 다큐멘터리 영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주 토요일이 바로 아이들이 찍은 작품들을 상영하는 날이다.

이아립_감독님을 통해서 다큐 감독이 꿈인 아이들이 생겼겠다.

서동일_실제로 생겼다. 이참에 영화제작학교를 만들까, 하는 생각도 한다. 하여튼 지금은 숙제를 끝냈다는 마음이다. 지금으로서는 <명령불복종교사>에 대한 공동체 상영회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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