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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듯, 나 같은, 나 아닌
씨네21 취재팀 2014-11-20

마스다 미리의 작품 속 주요 캐릭터와 명대사

<여자라는 생물>

수짱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 <수짱의 연애>

본명은 요리모토 요시코, 조리사와 주산 4급 면허증이 있다. 한때 카페 점장으로서 아르바이트 점원들보다 월등하게 나이가 많았지만 어린이집 조리실로 직장을 옮긴 다음부터는 귀여운 막내가 되어 텃밭에서 채소 따고 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도 맛있는 걸 먹다 보면 음식에 몰두하는 것이 장점. “어느 날이건 주문한 피자는 온다”는 것이 그녀의 신념이다. 언제부터인가 결혼을 포기하고 실버타운 광고 따위를 눈여겨보게 되었지만(슬프게도 실버타운은 비싸다), 카페 단골이었던 서점 직원 쓰치다를 우연히 만난 이후 가슴 두근거리고 있다.

비뚤어진 게 뭐가 나빠! 난 신선도 아니고 인간인데.

아이가 없다는 건 첫 손자 축하 파티도 없다는 것이고, 거기다가 내 집 장만 집들이도 없겠지. 주연급으로 부조금을 받는 건 자신의 장례식뿐?

치에코씨

<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는 치에코씨는 단것을 좋아하고 돌아오더라도 퇴근길에 벚꽃을 보며 걷는 걸 좋아하며, 무엇보다 타쿠짱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무리 타쿠짱이라도 맛있는 반찬을 빼앗기는 건 싫어서 두 사람은 식판에 반찬을 공평하게 나눠 담고는 신경전 없이 느긋하게 저녁을 먹는다. 사이좋게 장을 보다가도, 맛있게 밥을 먹다가도, 언젠가 혼자 남을 한 사람을 생각하며 울어버리는 것이 치에코씨의 버릇. 이왕 그렇게 될 거라면 요리도 잘하고 강인한 타쿠짱이 자기보다 오래 사는 것이 올바르다고 믿고 있다.

쇼핑 카트 안에는 두 사람의 생활이 담겨 있습니다. 소중한 걸 담아 옮기고 있구나 생각하면 치에코씨는 행복해집니다.

마스다 미리 아빠

<아빠라는 남자>

싫은 건 절대 하지 않는 무적의 아저씨. 건설현장 감독이어서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아내가 은근히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1970년대 일본의 아버지답게 무뚝뚝하지만 가끔 두딸을 위한 선물을 들고 오기도 했다, 느닷없이 단발머리 일본 인형이라든지. 하지만 큰딸 미리는 공포영화에 자주 나오는 그 인형을 무서워했고, 지금도 인형 머리카락이 옛날보다 자란 것 같다고 믿고 있다. 은퇴 이후 두 시간 산책과 그라운드 골프, 텃밭 가꾸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엄마가 집을 비우면 아빠는 당신이 거둔 채소를 보란 듯이 쭉 늘어놓는다. 그 모습을 볼 때면 생쥐 따위를 물어와 주인 앞에 내려다놓는 고양이가 떠오른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쓰치다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그 남자, <수짱의 연애>에서 애인이 있으면서도 수짱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그 남자다. 지금 애인을 만나기 전에는 6년 동안 솔로로 지냈고, 정보지를 팔면서도 애인이 없어 거기 실린 미슐랭 별 두개짜리 레스토랑 같은 곳엔 갈 일이 없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나는 평생 푸아그라를 먹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문득 쓸쓸해지는 타향살이 와중에도 미래의 고객으로 자라날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아이디어 개발에 전념하는 성실한 서점 직원.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해서 <원피스> <빨강머리 앤> <개 같은 내 인생> 등에 나온 명언들을 외우고 있다.

내가 나의 집으로 계속해서 돌아가는 것은 하룻밤을 자고 다시 나의 인생을 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난 왜 이런 곳에서 혼자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지.(한밤중에 동네 공원 벤치에 앉아서)

하야카와

<주말엔 숲으로>

이벤트에 당첨되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받았지만 땅값 비싼 도쿄에서 주차장을 구할 능력이 되자 않아 시골로 이사했다. 30대 독신 여성으로 직업은 번역가. 이사한 다음에 일감이 줄었어도 그녀는 걱정이 없다. 예전에 따둔 자격증을 활용해 기모노 입는 법을 가르치거나 동네 아이들에게 영어 과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는 산증인. 시골 생활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무며 풀, 새, 벌레 이름을 모르는 것이 없다. 가끔 도시가 그립기도 하지만 주말마다 놀러오는 친구들이 도쿄 명물을 배달해주기 때문에(친구들은 하야카와가 계속 시골에서 살았으면 한다. 그래야 텃밭 채소도 쪄먹고 호수에서 카약도 타지!) 그럭저럭 견딜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는 바로 발밑보다 조금 더 멀리 보면서 가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