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낮은 어디로 가요?” 아이가 묻자 아빠가 답한다. “잠을 자겠지.” 아이가 다시 묻는다. “그러면 달은 낮에 어디로 가요?” 아빠는 달이 지구 주변을 돈다고 답하지만, 달에 사는 달사람은 혜성을 타고 지구에 온다. 달을 정복하고 싶은 대통령은 달사람을 체포하려 하고, 천재 발명가 반센 박사는 대통령을 위해 로켓을 만들라는 요청을 받는다. 우주정복을 꿈꾸는 대통령과 달로 돌아가고 싶은 달사람은 모두 반센 박사의 로켓이 필요하다. 한편 매일 밤 달사람을 보며 잠들던 아이들은 달사람이 사라지자 잠을 자지 못한다.
캐릭터의 털 한올까지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해내는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이 유행인 요즘 슈테판 셰슈 감독의 <달사람>은 정반대의 길을 간다. <달사람>은 다락방에서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손때 묻은 동화책에 가깝다. 파란 윤곽선의 거친 묘사가 전부인 달사람은 마치 사인펜으로 스케치만 끝낸 그림책에서 튀어나온 듯 단순하다. 대신 어두운 숲을 몽환적으로 수놓은 꽃과 잎사귀를 수공예 방식으로 한땀 한땀 그려넣은 장면에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달사람>은 섬세한 손가락뿐 아니라 예민한 귀를 가진 사람이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길거리의 가로등 소리까지 세심하게 표현하는 <달사람>은 <문 리버>(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O.S.T)처럼 유명한 곡 외에도 장면 곳곳을 재즈풍 음악으로 촉촉하게 적신다. 참고로 <달사람>의 원작자 토미 웅거러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다룬 다큐멘터리 <토미 웅거러 스토리>도 함께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