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에서 가장 이름난 동화작가였던 토미 웅거러. 그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 동화 작가라기보다는 세상에 대한 조롱과 냉소를 퍼붓는 록스타가 연상된다. 단지 외모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동 도서에 금기시된 것들을 깨려고 시도해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는 박쥐, 문어, 뱀 등 ‘비호감’ 동물들을 동화 속 주인공으로 적극 캐스팅했다. 당대의 가수들처럼 그 역시 혁명가였다. 1960년대 가수들이 록으로 한 것을 그는 아동 도서로 그리했다. 최고의 위치에 있던 그가 돌연 종적을 감춘다. 20여년 뒤인 2008년. 대중의 기억 속에서 멀어진 그가 동화작가로 다시 돌아온다. 감독은 그의 퇴장과 복귀의 미스터리에 대한 궁금증으로 다큐멘터리 작업에 착수한다.
다큐멘터리는 토미 웅거러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펼쳐놓는 데 주력한다. 그 가운데 굵직한 세계사가 뭉텅뭉텅 잡힌다. 웅거러는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위치한 알자스 지방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하의 폭압적인 상황을 체험한다.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낀 지방의 정체성은 순수함과 에로티시즘이 그의 몸속에서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밑바탕이 됐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과 달리 그가 얼마나 모순 없는 사람인지가 그가 살아온 시대와 지역을 훑는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드러난다. 인터뷰를 중심으로 하는 한편, 음악을 활용한 빠른 편집, 토미 웅거러가 탄생시킨 캐릭터들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삽입 등을 통해 인물의 개성을 다큐멘터리의 개성으로 그대로 흡수하려고 한 점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