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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손에 잡히지 않는 그것에 이끌렸다
안현진(LA 통신원) 2014-11-13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배우 매튜 매커너헤이, 앤 해서웨이 등이 참여한 <인터스텔라> LA 기자회견 현장

배우 매튜 매커너헤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배우 제시카 채스테인과 앤 해서웨이(왼쪽부터).

10월25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인터스텔라>의 제작진과 매튜 매커너헤이, 앤 해서웨이, 제시카 채스테인 등 출연진이 한자리에 모여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그의 동생이자 작업 파트너인 조너선 놀란,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부인이며 영화 제작자인 에마 토머스는, 유독 <인터스텔라>에서 그려지는 이야기 중 가족이라는 키워드에 마음을 쓰는 듯했다. 우주, 상대성, 시간, 중력 등 물리학에서 시작해서 사랑으로까지 이어지는 우주적 스케일의 기자회견을 요약 정리했다.

-<인터스텔라>의 시작이 궁금하다. =조너선 놀란_스티븐 스필버그가 현대를 배경으로 한 현대적이고 현실적인 우주탐사영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다. 요즘 사람들이 우주 탐사에 큰 관심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 이야기는 우주에 가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시작해야 했다. 그렇게 우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

크리스토퍼 놀란_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내가 흥미를 느낀 부분은 두 가지였다. 주인공의 가족이 처한 상황이 흥미로웠다. 다른 하나는 인간의 진화가 맞닥뜨리는 불가피성을 영화의 시작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인간은 지구를 떠나서 살 곳을 찾아야 하는 운명에 놓인다. 그러한 설정이 잠재적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훌륭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이 영화를 가족과 함께 만든 의미에 대해 말해달라. =크리스토퍼 놀란_대본을 수정할 때 머피(매켄지 포이, 제시카 채스테인)를 남자아이에서 여자아이로 바꾸는 것은 나의 결정이었다. 그외 바뀐 것은 없다. 머피가 여자아이면 더 맞을 것 같다는 것 말고 다른 이유는 없었다. 내 생각에 이 영화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영화다. 이 프로젝트를 흥미로워했던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인간으로서 우리를 우주적인 스케일을 배경으로 그려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 넓은 우주로 나갈수록, 더 알지 못하는 세계를 여행할수록, 영화의 초점이 사랑이나 관계에 모아진다는 것이다. 조너선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나의 아내가 이 영화를 제작했다는 점은 내게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다.

-(매튜 매커너헤이에게) 실제 생활에서 아빠라는 사실이 이 영화 속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매튜 매커너헤이_최근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생각을 해봤다. 내게 아이들이 없었다고 해도 쿠퍼라는 캐릭터를 꺼낼 수 있었을까?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은 이제 현실이 됐다. 지금 하는 이야기는, 나와 크리스토퍼가 처음 만나서 나눴던 대화와 상당히 비슷하다.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버지로서 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또 우리는 지금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영화에서 시간에 대한 개념, 상대성에 대한 개념은 어떻게 잡았나? 또 물리학자 킵 손이 많은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크리스토퍼 놀란_우선, 영화 속 시간 개념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미 영화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스포일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성이라는 것은 영화에서 하나의 캐릭터나 다름없다. 이 캐릭터를 내러티브 안에서 표현하고자 했을 때 킵에게 확인했다. 대부분의 경우 킵은 동료들에게 물어보고 깊이 연구한 뒤에 이러저러한 조건 아래서 가능하다고 이야기해줬다. 그러면 나는 다시 대본을 수정하곤 했다. 물리학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알려주었다. 모든 것이 훨씬 흥미로워지는 것을 경험했다.

-(제시카 채스테인과 앤 해서웨이에게) 과학자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제시카 채스테인_나의 경우 킵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크리스토퍼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덕분에 내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말할 수 있었다. (웃음) 그리고 머피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점 역시 운이 좋았다. 다만 머피는 상당히 고독한 사람이라 촬영장에서 외롭게 지내려고 했다.

앤 해서웨이_크리스토퍼가 <코스모스>를 추천해서 DVD로 구해서 보았다. 물리학을 이해하는 것은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물리학에 대해 그녀가 아주 잘 알고 있으며 편안해한다는 걸 알았다. 평생을 그 안에서 살아왔고, 과학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해왔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쿠퍼에게 설명할 때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것을 찾았다. 거기서 “아하!” 했다. 그렇게 각을 잡아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거만한 과학자의 감정이 무너지는 순간, 모멸감을 느끼는 장면은 그 뒤에 연기할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사랑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앤 해서웨이_물론이다. 아주 깊이 절대적으로 그렇게 믿는다.

크리스토퍼 놀란_사랑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낙관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낙관적이고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그 이론을 표현한 텍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매튜 매커너헤이_우리가 사랑, 믿음, 소망, 직관에 의거해 내린 결정을 살펴보면 이성적,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사랑은 위대한 미스터리다. 그리고 사실 나는 과학자들이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바라건대 계속해서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제시카 채스테인_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반응했던 것은 사랑에 대한 것, 정신적인 것이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무엇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과학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딱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고, 정의할 수 없는 것이다. 느껴야 한다. 내겐 예술이 그렇다. 예술은 한계를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SF영화는 미래의 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미래의 영화에 영향을 미친다.이 영화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크리스토퍼 놀란_특별히 그런 점에서 어떤 기대를 갖지는 않을 것이다. 내 생각에 미래의 영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떤 기술이 영화 만들기에 어떻게 쓰여졌는지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객이 <인터스텔라>를 극장에서 대형화면으로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 그 이상의 바람이나 기대를 갖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크리스토퍼, 조너선 놀란에게) 두 사람이 협업을 자주 하는데, 어떻게 일을 나누는지, 일하면서 다투는 적은 없는지 궁금하다. =조너선 놀란_다툼은 없었다. <인터스텔라>의 드래프트를 쓰게 됐을 때 너무 기뻐서 함께 샴페인을 터트렸던 기억이 난다. 작업하는 동안 형은 나를 인정해주었다. 우리가 함께 일하는 것은 세살 때부터 바라던 일이다. 형과 함께 일하는 것은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를 작업하는 동안에도 항상 즐거웠다.

크리스토퍼 놀란_가족과 함께 일해서 좋은 점은, 누구나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분쟁이나 갈등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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