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때문에 축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역아동센터 소속 아이들이 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지만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이 아이들을 위해, 뜻있는 이들의 도움으로 2011년에 경남지역아동센터 유소년축구팀 희망FC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돈이 많이 들까 걱정하는 부모 때문에 축구를 그만두어야 하는 아이, 잘 먹지 못한 탓에 키가 작아 후보선수로 벤치를 지켜야 하는 아이, 학교에서 왕따로 놀림받는 아이,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풀어내는 아이, 여기에 가난한 아이들에게 축구를 탈출구로 만들어주겠다는 욕심에 아이들을 다그치기만 하는 코치까지, 시작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해체 지경에 이른 희망FC에 새로운 코치가 부임하고, 그의 칭찬과 격려가 아이들과 축구팀을 바꾸어놓기 시작한다.
다큐멘터리가 ‘소재주의’에 빠지는 것을 많은 이들이 경계하지만, 종종 어떤 다큐멘터리는 그 소재의 힘이 너무 강력해서 그저 기록에 가까운 화면들 속에서도 기꺼이 의미를 발견하도록 관객을 무장해제시키는 영화들이 있다.
<누구에게나 찬란한>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카메라는 축구선수가 꿈이지만 가난 때문에 그 꿈을 펼치지 못했던 아이들이 자신을 믿어주고 이끌어주는 코치를 만나 하나의 팀을 이루고, 그 안에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오래 지켜본다. 긴 촬영 기간 덕분인지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카메라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면들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제는 떠나버린 부모가 마지막으로 남긴, 하지만 방에서 새던 빗물로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게 희미해진 사진첩을 카메라 앞에 꺼내놓으며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엄마가 더는 그립지 않다고 말하는 덤덤한 표정의 소년의 모습 앞에서 할 말을 잃는 건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다. 열명이 넘는 아이들과 두명의 코치, 여기에 아이들의 부모까지, 너무 많은 이야깃거리를 한번에 녹여내려다 보니 영화가 제 궤도로 들어서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불쑥불쑥 끼어들어 아이들의 심정을 물어대는 카메라 밖 목소리나 아이들 얼굴에 스쳐가는 ‘극적’ 감정을 잡아내기 위해 사용된 노골적인 ‘줌인-클로즈업’, 그리고 사건의 정황과 인물들의 감정이 화면만으로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까 하는 조바심에 덧붙은 내레이션과 음악은 아이들의 모습을 좀더 ‘잘’ 전달하고 싶었던 감독의 선한 욕심이 불러온 큰 아쉬움이다. 하지만 그 아쉬움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아이들이 모두 축구선수의 꿈을 꼭 이뤄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까지는 막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