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9일이면 베를린장벽이 붕괴된 지도 벌써 25주년이 된다. 이에 맞춰 독일 극장가에선 민간인 사찰로 악명 높았던 동독국가보안부 슈타지와 관련된 다큐멘터리영화들이 개봉했다. <호헨쇼엔하우젠에서 쉐네바이데까지>와 <안더존>이 그들인데, <호헨쇼엔하우젠에서…>는 동독 시절 반체제 정치범 형무소인 베를린의 호헨쇼엔하우젠 지역부터 공장지대였던 쉐네바이데 지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주민들의 소회를 듣는 다큐멘터리이며, <안더존>은 동독비밀경찰의 프락치였다는 사실이 탄로나면서 숱한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동독 출신 작가 자샤 안더존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특히 여기 소개할 <안더존>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부문에서 선보였던 다큐멘터리로, 안네카린 헨델 감독이 야심차게 제작 중인 ‘배신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90년대 초 ‘자샤 안더존’ 스캔들은 수많은 독일인들에게 아직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남아 있다. 1980년대 독일에선 동베를린 프렌츠라우어베르크를 중심으로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 영혼들의 반체제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형성되었는데, 당시 베를린의 젊은 반체제 지성인들 사이에서 자샤 안더존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재능을 빛내며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았다. 그는 작가와 뮤지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이름을 날렸다. 그런데 통일 직후인 91년, 안더존이 사실은 동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는 비밀경찰의 끄나풀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헨델 감독은 당시 동독 반체제 젊은 예술인들의 만남의 장소를 그대로 재현한 뒤, 그곳으로 안더존을 안내한다. 이러한 뜻밖의 상황에서도 안더존은 당시를 기억하며 현재 심경을 담담하고 솔직히 들려준다. 카메라는 안더존을 통해 슈타지의 감시망에 들었던 친구들의 목소리와 회한, 생각 또한 빼놓지 않고 기록한다.
장벽이 붕괴된 지 25년이 지났어도 독일에서 과거사 청산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동독 지역에는 아직도 수많은 전직 ‘슈타지’ 요원과 프락치들이 살고 있다. <안더존>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다양한 고찰의 일환으로 등장한 작품이다. 분단 시절의 죄와 벌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이 다큐멘터리가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