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한국과 동맹국의 결정적인 군사능력이 갖춰지고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할 때’까지 전시작전지휘권 환수를 연기하기로 했다. ‘역내 안보’라니. 어쩌다 우리가 지구방위대가 되었나. ‘영내 안보’도 못 지키는 처지에.
시기를 못박지 않았으므로 사실상 무기 연기이다. ‘결정적인 군사능력’이야 미국 무기제조업체가 문닫지 않는 한 끝내 갖춰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미국에 전작권을 계속 가져달라고 애걸하느라 천문학적인 액수의 무기 구입을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환수) 의지는 확실하다”니. 당나라 군대도 이보다는 낫겠다. 아, 진심으로 쪽팔린다. ‘역내 안보환경’이라 함은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을 뜻할 텐데, 이 둘 사이가 언제 ‘안정적’이 된다고 이렇게 돈 처발라가며 등 터지는 새우 꼴을 자처한다는 말인가. 아마 그때가 오는 것보다 통일이 더 빠를걸.
그래놓고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 대통령 시정연설에서도 일언반구 없다. 어떻게 최고 주권 사항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도 알아서 헤아리라는 것인가. 나는 언제 국민 대접 좀 받아보나. 국회도 지나치게 조용하다. 용산과 동두천의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옮기기로 한 것은 전작권 환수와 관련없이 진작에 국회 비준까지 거쳤던 사안이다. 평택에서 그 난리를 치며 사람들 내쫓고 터 닦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에 이것도 (국회와 아무런 합의도 절차도 없이) 뒤집혔다. 평택에 일부만 가고 용산과 동두천에 계속 남는단다. 10조~20조원 들여 미국에 기지 하나만 더 지어바친 꼴이 됐다.
북한보다 30배나 더 많은 군사비를 쓰면서도 독자적인 작전권 행사 준비가 안 되었다니. 고작 평시작전권을 위해서 ‘똥별’들이 400명이나 될 필요가 있나. 없다. 모조리 명퇴시키자. 마지막 애국의 기회를 주는 의미에서 명퇴금은 없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