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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고함

고립된 현장의 진짜 모습을 담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 발생 후 보름 동안 있었던, ‘다이빙벨’ 투입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황과 논란을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는 <GO발뉴스>의 이상호 기자와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이종인 대표가 ‘다이빙벨’ 투입을 실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과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그 과정을 철저하게 두 당사자(이상호 기자와 이종인 대표)의 시선과 입장에서 재구성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영화는 굳이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인 척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가 취하고 있는 태도와 수사는 지극히 논쟁적이다. 그것을 주관적이거나 일방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지나치게 감정적인 것이고, 이성적이지 못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주관성과 감정은 당시 현장에서 어떤 넘을 수 없는 벽과 마주하여 절망하고 분노했던 사람들의 그것이고, 지금까지 세월호 유가족들이 느끼고 있을 수밖에 없는 그것이다.

세월호 참사 현장은 고립의 현장이었다. 희생자들은 절대 고립 속에서 죽거나 실종되었고, 정부의 구조 의지와 능력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 희생자 가족들은 고립감 속에서 슬픔을 분노로 바꾸어야만 했으며,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시키려고 애썼던 사람들은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좌절해야만 했다. 영화 속 이상호 기자는 두번에 걸쳐 그 ‘고립’에 대해서 말한다. 참사 발생 9일째에 있었던 가족대책본부와 해양수산부 장관 및 해양경찰청장과의 첫 대화 자리를 생중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가족들이 ‘고립’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말하고, 가족들의 요구와 해경청장의 요청으로 다시 내려와서 현장으로 가고 있는 이종인 대표에게 “제일 위험한 게 대표님이 거기서 고립되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당시 언론은 거의 24시간 내내 참사 현장의 모습을 보도하고 있었고, 전 국민이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많은 카메라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느낄 수밖에 없는 고립감이라니, 참으로 이상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방송을 통해서만 참사 현장을 보았던 나는 영화 <트루먼 쇼>의 ‘트루먼’과 같은 처지에 있었다는 말인가? 가족의 죽음 앞에서 제대로 슬퍼할 수도 없었던 희생자 가족들이 절망과 분노 속에서 했던 첫 시위의 구호가 “언론은 각성하라!”였다. <다이빙벨>은 ‘언론에 대한 영화’이다. 그리고 이 사회의 주류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적폐’ 중의 하나다.

‘적폐’란 오로지 경제성장이라는 목표 하나로 달려온 이 사회의 주류 논리의 필연적인 귀결이고, 그 논리가 낳은 “사람과 생명보다 돈이 우선”이라는 가치관의 필연적인 산물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적폐’의 산물인데, 이번 참사를 계기로 그 ‘적폐’를 일소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보였던 정부가 어느 순간부터 “민생이 우선”이라며 더이상 세월호 문제에 발목을 잡히지 말자고 한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한 요구는, 그것이 진정으로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세월호 참사에 얽힌 사실과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판단은 결코 주관적이거나 감정적인 것이 아니다. 참사 발생 6개월 만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느끼는 고립감과 절망과 분노는 더 깊어지고 있다.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습니다. 단, 양심의 부력으로 여러분이 함께해주셔야만 합니다.” <다이빙벨>의 마지막 말이다. 이 ‘양심’에 대한 호소는 모든 ‘계산’을 멈추자는 말일 것이다. 이제는 더이상 성장 논리에 발목을 잡혀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애타는 호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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