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우리의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의 뇌 안에 팔을 휘두르게 하는 영역, 다리를 걷게 하는 영역, 입술을 씰룩거리게 하는 영역 등이 존재하는 걸까? 뇌를 연구하여 우리 몸의 신체 지도를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이 뇌 의학의 중요한 연구 과제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특정한 신체 기능에 완벽하게 대당하는 뇌 영역은 발견되지 않았다. 뇌의 작동은 총괄적이다. 원숭이 뇌로 작동하는 로봇팔을 개발한 신경공학자 미겔 니코렐리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편다. 뇌는 신체를 직접 지배하지 않는다. 가상 이미지를 통해 신체에 명령을 내린다. 우리가 데이터를 하드디스크의 오른쪽 상단 구석에 실제로 우겨넣는 대신 아이콘을 드래그 앤드 드롭하는 것처럼.
니코렐리스는 사지절단 환자의 90%가 절단 부위에서 느끼는 환상감각을 증거로 제시한다. 의사들은 이 증상을 신경학적인 문제로 여겨 외과적으로 치료하려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1980년대 이후 이것이 뇌의 기능이 신체 기능보다 늦게 재조직화된 결과이며,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뇌 기능이 축소 재조직화될 수 있다면 그 반대도 가능할까? 니코렐리스는 이미 우리의 뇌가 포크, 젓가락, 컴퓨터 마우스, 스마트폰 등의 도구를 포함시켜 신체 가상 이미지를 확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다른 인간마저 뇌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니코렐리스는 이별의 상실감을 뇌가 일체의 자아로 인식하던 대상을 절단당했을 때 느끼는 고통으로 본다. 하지만 가설을 여기까지 밀어붙이려면 설명이 더 필요하다. 대중음악의 가사를 보라. “처음 널 바라봤던 순간 찰나의 전율을 잊지 못해.”(<본능적으로>, 윤종신) “Again and again and again and again 너에게 자꾸 돌아가. 왜 그런지 몰라.”(<Again & Again>, 2PM) 쉬운 사랑과 어려운 이별. 그 반대를 담은 노랫말은 드물다. 그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1961년, IBM 연구소의 물리학자 롤프 란다우어는 연산과정에서 정보를 조직할 때가 아니라 정보를 삭제할 때만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즉, 어떤 연산이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연산장치의 용량 한계 때문에 지나간 정보를 지워 초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혹시 비밀은 여기에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인간의 뇌를 전기화학적 연산장치로 본다면, 반도체 연산장치와 마찬가지로 란다 우어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무언가를 기억하기는 쉽다. 무언가를 잊기는 어렵다. 우리는 물건이 떨어지듯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고, 늪에 갇힌 듯이 이별의 고통에 허우적거린다. 처음으로 되돌리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것은 기억의 크기와 깊이만큼 커다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