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장 명의로 온 유인물에는 며칠 몇시 ‘재난대응안전한국훈련’을 한다고 돼 있었다. ‘지진, 지진해일, 화재에 따른 재난 대피 실제 훈련’이라고 했다. 오후에 20분간은 학부모도 훈련하라며 ‘소등 후 건물 밖 넓은 공터로 대피’하라고 나와 있었다. 하지만 실제 훈련은 없었다. 하는 척만 하신 듯하다. (불시의 점검을 대비했는지) 교문에 현수막만 크게 걸어놓으셨다. 이런. 교장쌤, 듣던 대로 센스쟁이! 지금 진짜 훈련이 필요한 이들은 일반 국민이 아니잖아. 구조•안전 실무자들 말고 책임자들은 과연 어떤 훈련을 하고 있을까. 특히 재난 컨트롤타워와 썸만 타던(아, 잠수도 탔구나) 청와대는? 에볼라 공포까지 시시각각 닥쳐오니, 뭐라도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불 끄고 나와 운동장으로 가는 따위는 아닐 것이다. ‘학생들이 안전한국 건설의 주역으로 자라날 수 있게 하겠다’는, 그 표현마저 고색창연한 관제훈련을 ‘국민학교’ 졸업한 지 30년도 넘어서 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런 격세유전이라니.
추억 ‘돋는’ 나날이다. 경제, 정치, 문화, 남북관계… 어디서든 유신 시절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인다. 우리도 한번 집 가져보세♬ 최경환 작사•작곡 건전가요 유포하고(심지어 양적 성장도 아닌 그저 강남 집값 받치기), 놀고 먹는 국회가 정부 발목잡는다며 정당과 국회를 식물로 만들며(개헌 블랙홀 주장과 여당 대표 바지사장 시키기), 짐이 곧 국가임을 대통령이 파르르 떨며 천명하(자마자 공권력이 총동원돼 국민들 사생활 털)고, 정체불명 아님 말고 북한소식통발 뉴스가 넘쳐난다(북한의 유화행보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뭐지? 이 느낌은. 너도 나도 일어나 내 집 앞 쓸어야 할 것 같은 기분. 새벽에 이슬 맞고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 신고해야 할 것 같은 기분. IT 긴급조치가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기분. 근면, 자조, 협동 중 제일은 ‘자조’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