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은 쉽게 흥분한다.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머리를 더 써야 한다. 퍼거슨 감독은 PSV 시절 미리 내게 접촉해왔다.” 키가 크고, 몸집이 탄탄해 ‘캄펜의 바위’라 불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비수 야프 스탐이 2001년 자서전에 썼던 이 내용은 퍼거슨 감독의 심기를 건드렸다. 당시 비에이라 사전 접촉설로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던 퍼거슨 감독은 스탐을 라치오로 팔아버렸다. 웨인 루니 역시 2006년 자서전에서 에버튼 시절 호흡을 맞췄던 모예스 감독을 두고 “그가 나를 왕따시키고 내쫓았다.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고 묘사했다. 모예스 감독이 루니에게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서면서 영국 축구계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자기 자랑이 대부분인 보통의 축구선수 자서전과 달리 이들의 자서전은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쾌감이 있다.
최근 번역, 출간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자서전 <나는 즐라탄이다>는 스탐보다 과감하고, 루니보다 화끈하다. 스웨덴 출신의 즐라탄은 아약스, 유벤투스, 인터밀란, FC 바르셀로나, AC 밀란을 거친 뒤 현재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고 있는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그는 자서전을 통해 FC 바르셀로나 동료들을 선생 말 잘 듣는 모범생으로 묘사했고, 당시 감독이었던 펩 과르디올라를 무리뉴 감독과 비교하며 ‘겁쟁이’로 깎아내렸다. 아약스 단장이었던 루이 판할(현재 맨유 감독)은 ‘꼰대’로 표현하기도 했다. 반면 호세 무리뉴, 파비오 카펠로 감독에게는 깊은 존경심을 바쳤다. <나는 즐라탄이다>가 자서전으로서 가치가 있다면 축구계의 시시콜콜한 가십을 들추어 냈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단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즐라탄이 세계 최고의 클럽에 가기까지 쏟아부었던 노력과 열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서다. 책장을 다 넘기고 나면 당신은 분명 즐라탄에게 중독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