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의 크리스 에반스가 한복을 입고 로맨틱 코미디에 나온다면 어떤 모습일까. 저스틴 리어든 감독의 <타임 투 러브>는 개봉 전부터 크리스 에반스 팬들 사이에서 그의 사극 신으로 화제가 된 영화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시나리오작가 ME(크리스 에반스)는 사랑 불감증 환자이다. 어린 시절 엄마가 자신을 두고 애인과 떠나버린 것이 그의 오랜 트라우마다. 사랑을 믿지 않는 그에게 어느 날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 청탁이 들어온다. 집필을 시작한 뒤 그는 마법처럼 HER(미셸 모나한)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약혼자가 있는 HER는 새로운 사랑, ME 앞에서 갈등한다. 극중 ME의 대사를 빌려 한줄로 영화를 정리할 수도 있다. “당신은 잘못된 사랑을 지키려 하고 난 한번도 사랑을 지켜본 적이 없어.”
<타임 투 러브>는 신선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는 관객보다는 크리스 에반스의 색다른 모습을 기다린 팬을 위한 영화다. 크리스 에반스가 ME뿐만 아니라 ME와 주변인들이 상상하는 상황극 속 해군과 농노와 우주비행사 역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자라 ME 옆에는 분신처럼 그를 따라다니며 참견하는 또 다른 가상의 ME가 있다. 한명의 주인공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이 수다스러운 감독은 배우의 입을 빌려 자신의 영화에 대해 자조적인 농담까지 한다. 영화 속 클리셰 장면에서 사실은 감독 자신도 그것이 클리셰라는 걸 알고있다는 식의 개그 말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흔한 법칙과 우연을 반복하는 <타임 투 러브>에 대한 감독의 귀여운 변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