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핫한 스타는? 아마도 탕웨이일 것이다. 자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게스트이기도 하지만, 얼마 전 김태용 감독과 결혼해 한국팬이 더욱 늘었다. 올해도 신작 <황금시대>를 들고 부산을 방문한 탕웨이는 배우자인 김태용 감독이 전임교수로 있는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이하 DGC)을 찾아 영화 연기 강연에 참석하기도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강연엔 대학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도 함께했다. 김태용 감독이 진행한 강연의 주요 내용은 탕웨이의 출연작 <색, 계>와 <만추> <황금시대>와 최근작 <블랙햇>을 예로 든 탕웨이의 영화연기론이었다. 지난 10월3일 해운대에서 마련된 탕웨이와 DGC 학생들의 만남을 간단히 정리해 싣는다.
탕웨이_결혼하고 이런 자리는 처음이네요. (웃음)
김태용_배우 탕웨이씨가 연출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 많이들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죠. <만추>는 제외하겠습니다.(웃음) 연기는 시대를 담습니다. 자연스러운 연기가 왜 힘이 있는가에 대해 들어보고자 합니다. 연기란 무엇입니까.
탕웨이_전 연기라는 것 자체가 없는 사람이에요. 연극 연출을 전공하며 연기를 배웠지만, 연기자를 하기 위해 연기를 배운 게 아니라 연출을 하기 위해 배웠죠. 몸을 어떻게 움직이고 대사는 어떻게 할지, 연출자의 입장으로 배웠어요. 다만 운이 좋았던 건 당시 연출을 위해 캐릭터를 깊이 분석하는 법을 배운 거지요. 지금의 연기를 만들어나가는 데 큰도움이 됐어요. 특히 <색, 계>를 하면서는 연극할 때 배웠던 모든 것을 버려야 했어요. 드라마 연기와 스크린 연기의 차이도 느꼈고, 리안 감독님께 많은 도움을 받으며 생각을 정리했지요.
김태용_<만추> 때, 탕웨이씨는 자신을 연기 못하는 배우라고 처음 소개했습니다. 연기를 잘한다는 건 무엇입니까. 극중 인물이 되는 것이 첫 번째, 그 이후는 자연스러움의 문제입니다. 극중 인물이 된다는건 어떤 것인가요.
탕웨이_반년간 매체, 가족, 친구 모두를 만나지 않고 지내며 최대한 나 탕웨이를 지우려고 했어요. 남편에겐 좋지 않았겠지만요. (웃음) 극중 캐릭터를 입으려고 노력한 거죠. 캐릭터에 몰입하는 시간이 필요해 천천히 적응해가는 것을 좋아해요. 리안 감독님과 일할 때 이런 훈련을 많이 하면서 극중 캐릭터가 되어갔어요. 나에겐 없지만 캐릭터에겐 있는 점들을 몸속에 쌓아서 습관처럼 만들려고 했지요. <만추>를 할 때도 그 나라에 사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김태용_배우마다 몰입 방식은 다릅니다. 옳고 그른 건 없어요. 탕웨이씨는 고전적으로 접근하는 편이네요. 배우가 극에 기여하는 정도도 그 배우가 누구인가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탕웨이씨는 어떤 재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탕웨이_전 직감에 따르는 연기자인 것 같습니다. 약간 멍청한 배우로 보일 수도 있는데요, (웃음) 서로 사랑해야 하는 연기가 필요하면 매일 찾아가 진짜 사랑하려고 노력하지요. 극중의 관계를 평상시에도 유지하려는 편이고요.
김태용_직감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지만 더불어 필요한 것은 배우가 자기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나 신을 장악하는 능력입니다. 탕웨이씨는 후자인 것 같고요. 본인이 연기를 잘 못한다고 말하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합니다. 못할 때는 눈뜨고 못 볼 정도로 못하기는 하죠. (웃음) 그 신에 대한 해석을 전적으로 연출자에게 맡기는 편이죠? 최근작에선 어떤 감독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탕웨이_100% 감독에게 의존하는 편이에요. 저는 중간이 없는 사람이라 아예 감독에게 의존하거나, 아니면 상의해서 모조리 미리 정하고 들어가는 편이에요. 제게 감독은 거울입니다. 깨끗한 거울을 보면 오늘 제 상태를 명확하게 알 수 있고, 뿌연 거울을 보게 되면 제가 깨끗한지 아닌지 알 수 없어도 그냥 믿고 가는 거죠. 그래서 디테일한 감독님들을 좋아해요. 예를 들면 김태용 감독님이나 리안 감독님? (웃음) 최근 함께 작업한 마이클 만 감독님은 리안 감독님과 같은 굉장한 예민함을 갖추고 있었죠.
김태용_전 디테일한 감독은 아닙니다만. (웃음) 연출자는 배우에게 첫 번째 관객이에요. 연출자를 배우로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탕웨이_중국에서는 현장에서 대사를 바꾸어달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전날 이야기해야 한다고 봐요.
김태용_학생들의 질문도 들어볼까요.
학생_현장에서 힘든 것이 배우와 애증의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배우로서 감독에 대한 분노가 생길 때 어떻게 컨트롤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김태용_배우와 감독의 경험치에 차이가 있으니 굉장히 상대적인 것 같아요. 탕웨이씨는 감독이 정말 틀렸다고 생각되면 어떻게 하나요.
탕웨이_제 역할에 충실하자고 가장 먼저 생각하고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동료들과 이야길 나눠봐요. 만일 그런 의견이 있다면 감독님에게 끝까지 이야기하는 편이고요.
학생_작품은 어떻게 고르시나요.
탕웨이_연출자가 누구인지보단 시나리오가 좋고, 재미있고, 그 안의 역이 나를 매료시킨다고 생각되면 선택해요. 그러려면 시나리오를 많이 읽어야겠죠. 그래서 1년동안 영화 네편을 찍고, 김태용 감독님 영화에도 출연한 거죠. (웃음)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긴 말 안 하겠습니다. 영화인끼리 모였으니 열심히 잘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