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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어두운 역사, 호러의 눈으로 보다
안현진(LA 통신원) 2014-10-21

731부대를 소재로 만든 미스터리 공포영화 <Room 731>

< Room 731 >

한 소녀(김유정)가 춥고 텅 빈 창고에서 눈을 뜬다. 소녀는 창살로 만든 사방이 뚫린 관에 누워 있다. 손가락을 대면 창살에 살이 붙어버리는 영하의 추위 속에서 헝겊으로 된 원피스 하나만 걸친 소녀는 떨면서 맨발로 방을 나선다. 사방이 막힌 벽,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르는 마찰음은 불안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와 소녀에게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은 미스터리를 더한다. 그러다 끌려와 누운 수술대에서 소녀는 마취제를 든 의사(팀 강)에게 “나는 누구냐, 여긴 어디냐”라고 묻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기억해보라는 싸늘한 대답뿐이다. 마취 중 몽롱한 기억 속에서 소녀는 ‘웨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듣게 된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영화학과 졸업을 앞둔 김영민 감독의 <Room 731>은 관동군 731부대를 소재로 만든 미스터리 공포영화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역사적 소재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할리우드영화를 보면, 홀로코스트나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이 민감한 소재를 드라마뿐 아니라 호러, 액션 등의 오락영화에서도 배경으로 활용한다. 그렇게 해서 잊히지 않도록 하는 것을 보고, 우리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호러 장르 역시 특별히 장르의 팬이라서 만들었다기보다는, 전쟁 중 인체실험이라는 소재에서 가지를 쳐나가다 결정됐다. 미국 드라마 <멘털리스트>의 형사 조 역할로 유명해진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팀 강과 <해를 품은 달>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의 김유정을 졸업작품에 어떻게 캐스팅했는지 묻자 “운 좋게, 감사하게 재능기부를 받았다”는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상영한 결과 한국인보다는 외국인으로부터, 일반인보다는 동료와 교수진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김영민 감독은 전했다. 완성본이 아닌 데다가 출품을 준비 중인 대부분의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조건으로 걸기에 자세한 영화 이야기는 쓸 수 없지만, 어두운 역사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반전이 결말부에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