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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김현정 2014-10-23

모험, 성장, 연애, 디스토피아. 유형으로 묶은 영 어덜트 소설 열두편

어느 논문에 따르면 현대의 영 어덜트(YA) 소설에는 열일곱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섹스, 돈, 이혼, 부모와의 문제, 가난, 일, 죽음 등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오래되고 전통적인 열쇠들로 YA의 문을 열어보았다. 주어진 세상을 벗어나는 모험, 죽음과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성장, 사랑을 둘러싼 온갖 고민들, 새롭게 등장한 디스토피아의 미래가 그것이다. 10대도 다르지 않다. 그들이 매혹되는 이야기에 어른도 매혹되고, 그들이 고뇌하는 문제에 어른도 고뇌한다. 세대를 뛰어넘는 열두 가지 이야기. 그 바람에 몸을 싣고, 어른도 아이도 환상과 눈물과 사랑의 항해를 떠난다.

모험담

<기프트> 어슐러 K. 르 귄 지음 / 이수현 옮김 / 시공사 펴냄 원하지 않았던 재능을 선물받은 아이들의 이야기인 <서부 해안 연대기>의 첫 번째 책. <보이스> <파워>로 이어지면서 스스로의 운명을 만들어가는 어린 영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황량한 고원 지대, 영주의 후계자인 오렉은 핏줄로 이어지는 가문의 능력인 ‘되돌림’(모든 생명을 그 근원인 무로 되돌리는 능력)이 나타나지 않아 초조하기만 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오렉이 ‘되돌림’을 행한 날, 그것은 선물보다는 재앙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나고, 일족은 오렉의 능력을 봉해두기로 결정한다.

<서부 해안 연대기>는 <어스시 연대기>와 더불어 어슐러 르 귄의 대표적인 YA 소설이다. 단지 소년이 주인공이어서가 아니다. 강요된 모험으로 내몰린 아이들, 원치 않은 성장을 앞에 두고 그저 지금 이 자리에 뿌리내리고 싶은 두려움, 그럼에도 결국 세상을 향해 떠나는 힘겨운 발걸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연대기는 세상에서 가장 잔잔하고 슬픈 모험담이다. 물론, 게임 소설 같은 표지는 잊기로 하자.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 낸시 파머 지음 /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펴냄 때는 2194년, 하지만 아프리카는 군부 통치가 판을 치던 20세기와 별로 다를 바가 없어 짐바브웨의 최고 권력자는 마치카 장군이다. 성채 같은 저택 안에서 보호받으며 사는 그의 세 아이 텐다이와 리타, 쿠다는 심심하기도 하고 보이스 카우트 배지도 받고 싶어 도시로 탐험을 떠난다. 단 하루의 일탈. 하지만 아프리카의 대도시 또한 상류층 거주 구역만 벗어나면 범죄와 가난으로 아비규환이다. 결국 아이들은 ‘암코끼리’ 일당에 납치돼 플라스틱 광산에서 일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1995년 뉴베리 아너 수상작인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은 미래가 배경이라는 사실만 잊는다면 SF라고 짐작하기 어렵다. 돌연변이들이 나오고 이상한 장소들이 나오지만, 누가 뭐래도 그곳은 아프리카다. 남녀와 부족, 빈부 차가 극심하고 외세가 대지의 영혼을 빼앗으려는 검은 대륙. 귀하게 자라다 느닷없이 그 험한 들판에 던져진 아이들은 그럼에도 용감하고 천진하게 자신들을 지킨다. 끝내 형제를 지키고 조상의 혼을 지켜낸다.

<알프레드 크롭: 최후의 기사단> 릭 얀시 지음 /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펴냄 열다섯살에 이미 키 180cm가 넘는 장신의 뚱보 소년 알프레드 크롭은 가난한 삼촌에게 얹혀사는 고아다. 아무것도 하지 않던 그의 삶에 풍파가 인 것은 삼촌이 거절할 수 없는 제의를 받으면서부터다. 100만달러를 받고 알프레드와 함께 빌딩 주인의 사무실에서 검 한 자루를 훔친 삼촌은 의뢰인에게 살해당하고, 알프레드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 검은 아서왕의 명검 엑스칼리버이고, 빌딩 주인과 그 동료들은 엑스칼리버를 지키는 원탁의 기사의 후손들이며, 이제 세계의 운명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 필요 있으랴, 소년의 모험이 시작된다.

시리즈로 이어지는 <알프레드 크롭>은 마크 트웨인의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처럼 아서왕 전설을 현대의 젊은이 버전으로 각색한 모험담이다. 다만 이번엔 시간 여행이 아니다. 고결한 기사 랜슬롯과 거웨인의 후손들이 현대로 넘어왔다. 덕분에 <알프레드 크롭>은 박진감이 넘치면서도 점잖고 고풍스러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영화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읽으면서 이미 스틸 사진이 떠오르는 작품. 외계인을 다룬, 릭 얀시의 또 다른 소설 <The Fifth Wave>는 크로 모레츠를 주연으로 캐스팅해 각색 중이다.

죽음과 성장

<리버보이> 팀 보울러 지음 / 정해영 옮김 / 놀 펴냄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청소년 문학으로 인기를 얻은 영국 작가 팀 보울러의 대표작이다. 10대 소녀 제스는 엄마와 아빠, 심장병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함께 여름휴가를 떠난다. 언제나 기운 넘치는 팔로 제스를 안아주었던 할아버지에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흐르는 고향의 강물을 앞에 두고 할아버지는 마지막 그림을 완성하려 하고,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는 제스 곁에선 낯선 소년의 그림자가 환영처럼 아른거린다.

팀 보울러는 죽음과 고독, 자신의 근원을 향한 탐색처럼 언젠가는 대면해야만 하는 삶의 짐들을 초현실적인 드라마로 녹인 <꼬마 난쟁이 미짓> <스타시커> 등의 성장소설을 써왔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판타지가 아니다. 생의 한가운데에 문득 끼어들곤 하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들이 존재할 뿐이다. 그 신비한 힘에 기대어 아이들은 일어나고 자라고, 다시 살아간다. <리버보이>도 마찬가지다. 죽음은 냉혹하고도 공평하니 제스는 이별을 면제받지 못하겠지만, 떠난 이가 디뎠던 움푹 팬 구덩이를 남기고도 아이의 삶은 지속될 것이다. ‘리버보이’가 보여주었듯, 모든 강물은 언제나 바다에서 만날 테니까.

<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작가 게일 포먼은 사고로 친구와 그의 가족을 잃었다. 홀로 살아남은 아이는 수십 시간을 견뎠지만 엄마와 아빠를 데려간 바람에 몸을 싣듯, 함께 이 세상을 떠났다. <네가 있어준다면>은 만약 선택할 수 있었다면 그 어린아이가 무엇을 했을까 묻는 소설이다. 아무도 없는 세상에서 그래도 살아갔을까, 아니면 그토록 좋아했던 엄마와 아빠의 손을 잡았을까.

첼로 전공으로 줄리아드 입학을 눈앞에 둔 고등학생 미아는 어느 눈 오는 아침, 가족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 순간 미아의 영혼은 육체를 떠나고 느닷없는 비극을 모두 목격한다. 다정했던 아빠와 화끈했던 엄마, 다칠 때마다 미아가 뽀뽀를 해주어야 울음을 그치곤 했던 어린 동생은 이제 없다. 처음으로 사랑한 연인 애덤과 꿈을 나누었던 단짝 킴이 기다리고 있지만, 미아는 이곳에 남아야 할지 알 수가 없다.

크로 모레츠 주연의 <이프 아이 스테이>로 영화화된 소설. 상실의 한복판에서 가족과 함께 눈부시게 행복했던 순간들을 돌이키는 소녀의 기억이 가슴 아프지만, 다시 겪지 못할 그 행복이 결국엔 그녀를 붙드는 힘이 될 것이다. 애덤이 미아의 생존 이후를 들려주는 <너를 다시 만나면>도 출간되었다.

<쌍둥이별: 마이 시스터즈 키퍼> 조디 피콜트 지음 / 곽영미 옮김 / 이레 펴냄 논쟁적인 소재를 택했지만 순하고 눈물 어린 드라마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소설이다. 닉 카사베츠의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의 원작. 열세살 소녀 안나는 어려서 백혈병에 걸린 언니 케이트를 위해 태어났다. 케이트와 유전자형이 맞지 않는 엄마와 아빠가 인공수정한 여러 개의 배아 중에서 케이트에게 골수와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배아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걸 알고 나서부터 안나에게선 한 가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언니가 아프지 않았으면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을까. 제대혈과 골수를 주고 이제 신장을 기증해야 하는 안나는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다.

안나와 케이트 자매, 그 가족,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시점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쌍둥이별: 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언제 서로를 잃을지 모르는 불안과 슬픔, 그렇더라도 손을 놓을 수가 없는 애착이 이슬 맺힌 거미줄처럼 휘청이며 얽혀 있다. 밤하늘의 어떤 별보다도 밝게 빛난다는 쌍둥이별.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를 지켜주고 싶은 그 별들의 이야기가 눈물처럼 빛무리를 쏟아낸다.

10대의 사랑과 고민

<사립학교 아이들> 커티스 시튼펠드 지음 / 이진 옮김 / 김영사 펴냄 인디애나 출신의 평범한 소녀 리 피오라는 근사한 학교 건물과 블레이저를 차려입은 남학생들을 향한 동경 때문에 사립학교에 지원한다. 그녀는 부모처럼 살고 싶지 않다. 100만달러짜리 저택이 현실인 세상에서 살고 싶다. 하지만 장학금을 받아 보스턴 근교의 명문 얼튼에 입학한 리에게 상류사회는 가혹하기만 하다. 아름답고 부유한 아이들이 가득한 얼튼에서 리는 멋있고 똑똑한 여자 선배와 완벽한 남자 동급생, 자기처럼 소외받는 소수민족 학생들과 장학생들을 만나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10대의 마지막 날들을 채워나간다.

설정만으로는 일본 만화 <꽃보다 남자>를 떠올리게 되지만 <사립학교 아이들>은 그보다 훨씬 진지하고 현실적이다. 판타지가 없는 건 아니다. 10대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특급 호텔에 방을 잡고, 리무진을 부르고, 고급 브랜드에서 입지도 않을 옷을 사서 버리는 일상은 누군가에겐 현실이더라도 대부분 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명한 셀로판처럼 묻혀 사는 리의 4년은 모든 10대의 하루를 도려내어 확대한 것처럼 세밀하다. 나는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되고 싶은 걸까, 달라지고 싶은 걸까, 24시간을 공유하는 이 아이들을 나는 정말 알고 있는 걸까. 지금은 잊혔으나 한때 절박했던 질문들. 10대에서 그리 멀리 오지 않은 스물아홉 젊은 작가의 이 데뷔작은 그해 <뉴욕타임스> 10대 소설로 선정됐다.

<에이드리언 몰의 비밀일기> 수 타운센드 지음 / 김한결 옮김 / 놀 펴냄 2014년 한국에서 재출간된 <에이드리언 몰의 비밀일기>는 1980년대 청소년 소설의 전설이었다. 작가 수 타운센드가 1982년에 ‘13과 3/4살’인 소년 에이드리언과 함께 시작한 이 시리즈는 그가 중년이 되기까지 일곱권의 속편을 낳았고, 48개 국어로 번역되어 1천만부가 판매되었다. 우리의 친구 에이드리언. 닥터 마틴 부츠가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이 지질한 소년은 마찬가지로 지질했던 전세계 수많은 아이를 웃게 했다.

에이드리언은 대체로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다. 돈도 없고, 딱히 내세울 것이 없으며, 솔직히 친구도 없다. 그런 에이드리언에게 한 줄기 빛이 있다면 과분한 여자친구 판도라다. 1cm, 1cm, 디테일하게 자라는 물건 길이를 재면서, 에이드리언은 판도라와 한 번 하는 꿈을 키워간다, 꿈만 야무지게도. 열정적인 사회주의자였던 수 타운센드는 이 시리즈에 대처 시대를 살아야 하는 하층계급의 현실을 담았다. 복지는 국민을 외면하고 스스로 살아남지 않으면 기댈 곳이 없는 영국을 그린다. 하지만 그보다 통렬했던 것은 환상이라고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가족의 본모습이다. 이혼소송 중인 엄마와 아빠가 서로 에이드리언을 (그가 기대한 대로 맡겠다고가 아니라) 맡지 않겠다고 싸우는 장면은 비정하지만 웃기다. 비참한 유머의 제왕 에이드리언, 그에게 우린 세상을 배웠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펴냄 여기 10대 커플이 있다, 코에 산소 튜브를 끼운 말기암 환자 소녀와 골육종으로 다리를 절단한 소년이. 감히 사랑을 시작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랑을 깨닫기도 전에 이미 그들은 자신들만의 암호까지 주고받고 있다. 좋아? 좋아. 나도 좋아, 좋아.

몇년째 암으로 투병 중인 열여섯살 소녀 헤이즐은 10대 환자 모임에 새로 나온 소년 어거스터스에게 끌린다. 한쪽 다리가 의족이라고는 해도 농구 선수답게 늘씬하고 근육질인 어거스터스, 항암 치료 때문에 비쩍 마르고 뺨만 볼록한 헤이즐에게 내털리 포트먼을 닮았다고 말해주는 소년. 자기가 성인이 되지 못할거라는 사실을 아는 헤이즐은 어거스터스를 멀리하고 싶지만 그녀의 마음이, 몸이 그를 원한다. 손을 잡고 싶고 입을 맞추고 싶고 함께 침대로 가고 싶다. 죽음이 멀리 있지 않아도, 그들은 여전히 너무 젊다.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 죽음 앞에선 용감할 수 없었지만 사랑을 두고 비겁할 수 없었던 아이들의 러브 스토리이다.

디스토피아

<스타터스> 리사 프라이스 지음 /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펴냄 생물학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미래, 백신을 맞지 못한 청장년은 대부분 죽고 세상엔 ‘엔더’라 불리는 노인들과 ‘스타터’라 불리는 아이들만 남았다. 수명이 늘어난 노인들은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부모 없는 아이들을 거리로 내몰아 생존까지 위협한다. 캘리도 그런 아이들의 하나다. 몸이 아픈 동생 타일러를 돌보면서 친구 마이클과 숨어 살던 캘리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 소문으로만 듣던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엔더’에게 돈을 받고 몸을 빌려주기로. 하지만 젊은 육체에 이식되어 짧은 쾌락을 맛본 엔더들은 그 육체를 영원히 차지하려 할지도 모른다.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대부분의 청소년 SF소설처럼 <스타터스>도 고아들의 이야기이다. 어른들은 부재하거나 믿을 수 없고, 아이들을 보호하는 건 또 다른 아이들이다. 구태의연한 로맨스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서로를 돌보고자 애쓰는 아이들의 싸움이 애처로운 소설.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보기보다 위협을 느끼는 노인들의 모습이 현실적이다. 3부작이 판치는 YA 세계에서 야심차게 속편 <엔더스>만으로 2부작을 기획했지만, <스타터스> 이전 캘리와 마이클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이 e-book으로 출간되었다.

<모털 엔진> 필립 리브 지음 / 김희정 옮김 / 부키 펴냄 사람이 사람을 삼키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도시가 도시를 집어삼키는 시대이다. <견인 도시 연대기>의 첫 번째 이야기인 <모털 엔진>은 적자생존의 법칙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미래에 현재의 거울상을 담은 소설. 약자를 먹이 삼아 증식하는 약탈자들은 우리의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다.

거대한 바퀴와 기계 장치로 움직이는 ‘견인 도시’ 런던에 사는 역사학자 길드의 도제 톰은 열다섯살의 고아 소년이다. ‘60분 전쟁’으로 문명이 종말을 맞은 이후 탄생한 ‘견인 도시’들은 약한 도시를 추적해 흡수하면서 생존하고 있다. 그 도시들에서 의문은 금지, 복종은 미덕이다. 하지만 흉터로 얼굴이 일그러진 소녀 헤스터 쇼가 톰의 우상인 역사학자 길드 회장 테데우스 밸런타인을 해치려 하면서 톰의 삶에 의문이 생겨난다. 헤스터와 함께 런던 바깥으로 추락한 톰은 과거에 묻힌 비밀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이후 열다섯 어린 소년과 소녀가 권력을 독점한 이들과 맞서 싸우고 살아남아 전쟁과도 같은 삶을 계속하는 이야기가 4권까지 이어진다. 벌써 몇년째 피터 잭슨이 각색하고 있다는 소문이 꾸준히 나돌고 있는 소설. 언제나 그렇듯이 스토리에는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잭슨이 매혹된, 스스로 움직이며 황야를 달리는 기계 도시들의 이미지만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어글리>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 송경아 옮김 / 문학수첩 펴냄 누구나 아름다운 외모로 다시 태어나는 세상이 있다면, 그곳은 낙원이 아닐까. <어글리> 시리즈 3부작은 외모 강박을 공격해 많은 교사와 학부모로부터 환영을 받은 시리즈다. 그렇다고 교과서처럼 따분한 것만은 아니다. 테드 창의 걸작 SF 단편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 중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소고-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 스콧 웨스터펠드는 외적인 미(美)를 향한 동경에 의문을 던지면서도, 흔히 말하는 ‘예쁜 마음’ 대신 스스로 삶을 결정해야 한다는 ‘선택’을 해답으로 주고자 한다.

소설의 배경은 열여섯살이 되면 의무적으로 전신 성형수술을 받아 ‘예쁜이’로 변신해야 하는 근미래다. 수술을 한달 앞둔 주인공 탤리 역시 ‘못난이’ 마을을 떠나 ‘예쁜이’들과 함께하기를 기다리는데, 그녀 앞에 새 친구 셰이가 나타나면서 평온했던 삶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셰이가, 아름다워지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외모로 살아가길 선택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비밀 공동체 ‘스모크’라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셰이는 ‘스모크’로 향하는 길을 암호처럼 적어 남긴 채 떠나고, 그 편지를 들킨 탤리는 스파이로 파견된다. 그곳을 찾아내 신고하면 탤리도 무사히 예쁜이가 될 수 있다. 탤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