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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관찰자
김성훈 사진 박승근 2014-10-21

<갈증>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의 전작 <고백>(2011)이 차가운 영화라면, 그의 신작 <갈증>은 부글부글 끓어올라 폭발하는 작품이다. 폭력이 난무하고 피가 낭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깜짝 놀랄 것까지야. 우리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을 통해 그가 만들어낸 지옥을 이미 맛본 바 있지 않나. 그 지옥에서 한 송이 꽃은 핀다는 사실도 보았다.

<갈증>은 전직 형사 후지시마(야쿠쇼 고지)가 실종된 딸 가나코(고마쓰 나나)의 행적을 좇다가 딸의 무시무시한 과거를 알게 되는 이야기다. 후카마치 아키오 작가의 소설 <끝없는 갈증>이 원작이다. 사건이 단순하게 진행되는 원작과 달리, 영화는 딸을 찾는 아버지의 현재와 가나코와 그의 남자친구의 3년 전 이야기가 재빠르게 교차하며 진행된다. 무엇보다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이 원작을 읽고 매료된 건 남자주인공 후지시마.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폭력밖에 없는 남자. ‘죽여버릴 거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지만 여리고 연약한 남자. 이 이야기는 비극인데, 이 못난 남자 때문에 희극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 양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남자가 일본에서 야쿠쇼 고지 말고 또 누가 떠오르는가. “야쿠쇼 고지가 몇 십년 만에 뛰고, 달리고, 구르고, 싸우고, 총 쏘는 연기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쓰마부키 사토시, 오다기리 조, 나카타니 미키, 시바사키 고 등 베테랑 배우들 덕분에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는 후지시마와 달리 그의 딸 가나코는 베일 뒤에 머무른다. “원작에는 가나코가 사건에 휘말리게 된 사연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영화 시나리오 각색할 때 그 부분을 빼버렸다. 그래야 남자의 딸 가나코를 수수께끼처럼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툭하면 폭력이나 휘두르다가 딸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는 못난 아버지 후지시마를 따라가면 ‘갈증’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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