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인종간의 갈등과 그것의 해소 과정을 영화화하고 싶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수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크게 둘로 나눌 수 있겠다. 전쟁처럼 규모가 큰 거시적인 상황으로 풀거나, 혹은 개인의 문제를 통해 미시적으로 그리거나. 당신이 보게 될 영화가 프랑스 영화라면 그것은 대개 후자의 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컬러풀 웨딩즈>는 아마도 인종문제를 가장 프랑스적인 방식으로 다룬 영화일 것이다.
클로드(크리스티앙 클라비에)와 마리(챈털 로비)는 개성 강한 네딸을 둔 중년 부부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들이니 사위 욕심을 낼 법도 한데 부부에게 최고의 사윗감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란다. 이렇게 된 데에는 세딸이 줄줄이 외국인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첫째는 아랍인, 둘째는 유대인과 결혼했으며, 셋째마저 중국인과 결혼식을 올려 동서양의 경계마저 허문 참이다. 부부의 남은 희망은 이제 넷째딸 로라(엘로디 퐁탕)다. 그러나 로라는 마치 글로벌한 가족을 완성이라도 하려는 듯 상견례 자리에 아프리카인 샤를과 나란히 입장한다. 영화의 주된 재미 요소는 여러 인종을 한 가족 내로 몰아넣으면서 좌충우돌 펼쳐지는 상황과 이에 곁들여진 ‘말의 나라’ 프랑스다운 끝없는 수다와 농담이다. 인종적인 갈등은 영화 속에서 문화적인 갈등으로 바뀌어 표현되는데 이것에 대한 해결책 역시 문화다. 중심 소재인 결혼식은 어쩌면 먹고, 마시고, 춤추는 이 모든 문화의 총체로서의 퍼포먼스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