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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VOD 업계 골리앗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

유럽 시장 정복 나선 넷플릭스

넷플릭스 사옥.

미국의 주문형 비디오(VOD)를 대표하는 넷플릭스(Netflix)가 올가을부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5개 나라에 진출한다. 넷플릭스는 1997년 DVD를 우편으로 대여•반납하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한 영화 대여 업체로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인터넷을 통한 VOD로 영역을 넓혔다. 그리고 현재 전세계 41개국 5천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시장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에서는 1달에 8유로(약 1만원)의 저렴한 회비만 내면 광고를 볼 필요 없이 TV와 컴퓨터는 물론 태블릿, 스마트폰 등의 다양한 플랫폼으로 영화를 무제한 감상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점을 내세워 9월15일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주 만에 1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이는 프랑스의 유료 채널 <카날플러스>의 VOD 서비스인 카날플레이가 2011년 출범한 후 현재까지 5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것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인 숫자라고 할 수 있다.

업계의 골리앗이 노르망디 상륙을 타진하던 지난해부터, 프랑스는 탐욕적인 문화 잠식으로 악명 높은 미국의 또 다른 ‘악당’을 경계 어린 시선으로 주시해왔다. 프랑스의 방송사들은 프랑스 영화와 유럽영화 송출에 쿼터를 적용하고 수입의 일정 부분을 자국의 영화 제작에 재투자하는데, 이는 시청료와 광고 수입을 통한 이윤을 창작 과정에 환원함으로써 문화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시장이 균형적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올해 초 프랑스가 아닌 룩셈부르크에 지사(2015년 네덜란드로 이전 예정)를 세우면서 조세 회피의 의혹을 샀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화시장에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위와 같은 법조항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여 이 문제는 문화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결국 넷플릭스는 수익의 2%를 프랑스 국립영화청(CNC)의 재정에 지원하고 프랑스 내 소득에 대한 부가가치세도 지불할 것이며, 자체 제작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의 프랑스판인 <마르세유>를 제작한다고 발표하면서 프랑스에 유화의 몸짓을 취했다.

한편 영화팬들 사이에는 더욱 다양한 경로로 풍성한 카탈로그를 접하게 되리라는 기대감이 고조되는 듯하다. 프랑스의 업체 또한 앞다투어 경쟁사업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고화질(HD) 스트리밍과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한다는 점이 넷플릭스의 우위를 점치게 한다. 그러나 극장 개봉 후 36개월이 지나야만 VOD 제공이 가능하도록 제한한 법규는 기존의 텔레비전 시청자뿐 아니라 재빠르게 퍼지는 불법파일에 쉽게 유혹되는 인터넷 사용자들을 VOD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데 한계점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넷플릭스의 대표 리드 헤이스팅스는, 디지털과 혼성된 미래의 텔레비전이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프로그램으로 제공되는 일방향성을 무너뜨릴 것이고, 현재의 텔레비전은 20년 후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사망 유예 기간 동안 텔레비전과 영화의 관계가 어떻게 바뀌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