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다른 건 몰라도 ‘골든타임’이라는 단어는 부디 그만 썼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 일반인도 쓰기 힘겨운 말인데 너무 남발한다. 각종 회의는 물론 이런저런 공식자리에서, 심지어 야당 대표를 만나서도 “경제 골든타임을 놓치면 큰일”이라고 했다. 한동안 싸이를 들먹이며 창조경제 얘기를 할 때에는 워낙 단어 사용이 알뜰한 분인 데다 싸이의 역동성에 깊은 감화를 받았나보다 했으나, 최근 부쩍 반복되는 골든타임 타령에서는 어떤 고집이랄까 피해의식마저 느껴진다. 심리적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백번 양보해 대통령도 깊은 ‘내상’을 입어서 그러려니 생각해보지만,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회한이나 반성 등을 동반한 상처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억울함, 분노 등에 가깝게 느껴진다. 끝내 세월호 유족들의 손 한번 잡아주지 않아서 그런가.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하며 시중의 얘기들에 파르르 모욕감을 감추지 않아서 그런가. 내 눈에는 적어도 그렇게 보인다.
대통령의 ‘심리적 불편함’이 정책이나 공권력의 집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다음카카오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화내용 실시간 엿보기(감청) 등 카카오톡 이용자에 대한 감시가 급증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쉬쉬하다 사이버 검열 ‘공동전범’으로 몰리느니 미리 밝히고 사과하고 대책 내놓아 이용자 신뢰라도 붙잡자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발끈한 지 이틀 만에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꾸린 뒤 국산 메신저 이용자가 부쩍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다음카카오는 비밀대화 기능 등을 추가하고 서버 저장 기간도 줄인다지만, 한창 ‘재미지게’ 일하던 기업의 발목을 이렇게 잡나 싶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창조경제의 상징이라고 추어올리지만 않았어도 덜 민망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