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세월호 특별법이 마침표를 찍었다. 유족들이 차선책으로 원한 특검후보 추천권조차 ‘추후논의’라는 꼬리표를 달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에 올려지게 됐다. 진상규명의 첫발을 떼는 것이 이렇게 힘겨울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사고 자체보다 구조 과정에서의 무능이 생때 같은 목숨들을 앗아갔던 것처럼, 진상을 규명하기는커녕 규명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온 나라가 만신창이가 됐다. 정작 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모두의 바닥이 드러났다. 최고 권력자는 종주먹을 을러대고 국회 유족 농성장은 특별법 여야 합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철거 위기에 몰렸다. 여당과 공권력의 일사불란함은 염치를 버린 지 오래이고, 유족을 대변한다던 야당은 수치를 잃은 지 오래이다. 증오가 애도를 집어삼켰다. 공허가 윤리를 뒤덮었다. 폭식투쟁에 이어 노란리본 화형식까지 등장했다.
여야가 추천한 특검후보 가운데 대통령이 뽑을 사람은 여당 추천 후보일 거다.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영혼 없는 특별검사’가 뽑힐 가능성이 짙다. 그렇기 때문에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새누리당은 벌써부터 위헌 운운하지만 보장된 ‘조사권’만큼은 지켜줘야 한다. 특히 출석요구와 자료제출을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을 포함한 강력한 제재가 뒷받침돼야 한다. 국세청이나 고용노동부, 산림청 등 정부기관이 상시적으로 갖고 있는 ‘수사권’조차 지니지 못한 조사위원회일지라도 공식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들에 대한 믿음”(이계삼,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소한 것들에 대한 활용’이 세월호 이후 야기된 ‘국민 모독’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두눈 부릅뜨고 지켜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