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 동안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수직 계열화 논란이 일 때마다 함께 언급되던 판결이 있었다. 파라마운트 판결이다. 원고 미국 정부가 5대 메이저 스튜디오(파라마운트, 로우스(MGM), RKO, 이십세기 폭스, 워너브러더스)와 3대 마이너 스튜디오(컬럼비아, 유니버설, UA(United Artists)) 등 할리우드 8개 스튜디오들을 피고로 하여 셔먼법 위반 의심 행위에 대한 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파라마운트 소송이 시작됐다.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극장을 사들여 수직 통합을 구축했고, 대량의 영화를 제작해 자체 배급망을 통해 전국 상영관에 배급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챙겼다. 그 과정에서 스튜디오들은 불공정한 관행을 주도해 시장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데 일조했다. 1938년 시작된 소송은 195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스튜디오의 불공정한 행위가 경쟁법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됐다.
<할리우드 독점전쟁>은 우리가 왜 파라마운트 판결을 제대로 알고 얘기해야 하는지 조목조목 설명하는 책이다. 외부 금융 자본을 끌어들여 수직 계열화를 구축한 1910년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다보면 대기업 투자배급사로 재편된 충무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라움이 앞선다. 파라마운트 소송이 판결나기까지 십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듯이 한국 영화산업의 불공정 문제 역시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결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법률 용어가 적지 않아 책장이 쉽게 넘어가진 않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파라마운트 판결을 다시 주목해야 할 이유가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