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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터투로] <지골로 인 뉴욕>

존 터투로

<지골로 인 뉴욕>

검은 곱슬머리와 갈색 피부, 커다란 코를 가진 존 터투로(57)는 30년 동안 주로 이상한 사람들을 연기했다. 인간성 때문은 아니었고, 외모 때문이었다. “영화에선 피부색이 진하면 나쁜 놈이라는 뜻이 된다. 내가 거절한 악역만도 100만개는 될걸?” 돈 밝히는 유대인, 정신이 조금 이상한 유대인, 인종은 모르겠지만 무작정 화만 내는 탈주범…. “나에게 다른 기회를 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니 그냥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이용할 수밖에.”

그리하여 기다리다 지친 존 터투로는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자기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영화에 자기를 캐스팅한 것이다. 브루클린을 휩쓰는 마성의 남창(男娼), 발음부터 로맨틱한 이름만으로도 이미 외로운 여인들을 사로잡는 지골로 휘오라반테로, 대담하고도 뻔뻔하게 본인을 데려다 썼다.

<지골로 인 뉴욕>은 폐업한 서점 주인(우디 앨런)이 멋대로 영업을 하고 다니는 바람에 느닷없이 몸을 팔게 된 중년 플로리스트의 이야기다. 휘오라반테 스스로 고백하듯, 이건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톰 포드나 조지 클루니라면 몰라도” 샤론 스톤과 바네사 파라디가 존 터투로를 선택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도 거금을 치르면서까지. 서점 주인은 벗겨놓으면 자네도 제법 그럴싸하다고 설득하지만, 세상엔 안 봐도 알 만한 것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존 터투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그럴듯하고 천연덕스럽게 풀어놓기로는 일가를 이룬 코언 형제의 오랜 파트너였던 이 배우는 설득의 기술을 알고 있다. “관심을 받으면서도 그걸 돌려주거나 유지하거나,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는 반대이다. “난 여자들하고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적은 없지만 내가 근사한 남자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요점은 그거다. 멋있지 않은 남자들은 누군가의 관심을 끌고 간직하는 법을 안다.” 배우로서의 존 터투로도 그랬다. 시칠리아 혈통에 “아마도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고 북아프리카와 그리스, 터키의 피도 조금쯤 섞였을” 변방의 외모가 불리했지만 그는 스파이크 리의 관심을 끌었다. <파이브 코너스>(Five Corners)의 사이코 연기로 그의 시선을 붙잡아 <똑바로 살아라>의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었고, 지금껏 아홉편의 영화를 함께했다.

이처럼 시작부터 광인(狂人)이었어도 존 터투로는 실제로는 건실한 편이다. 예일대 드라마스쿨을 졸업한 다음 그의 표현대로라면 “생계를 위해” 연기를 해왔고, 배우 캐서린 보로위츠와 30년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언제나 집 근처 푸에르토리코 가게에서 커피를 마시고, 같은 극장에 들러 영화를 보고, 단골 식당 주인과는 서로 이름을 부르는 사이다.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드러나는 뒤틀린 영혼과 카메라 뒤로 물러서면 드러나는 멀쩡한 인생, 그 아주 작은 차이. 그 틈을 넘나들 수 있기에 존 터투로는 영화계가 강요하는 “이탈리아 폭력배”의 이미지를 벗어나, 경력에 비하면 많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행운이라 여길 만큼은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아 망각 대신 증언을 택했던 작가 프리모 레비(<휴전>)와 같은.

그런 존 터투로라고 하여 블록버스터를 택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는 “아빠… 그냥 하라고!” 하고 버럭 소리를 지른 아들 때문에 <트랜스포머>에 출연했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 시리즈를 우습게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가 화가라고 치면, 그건 스케치와 정밀화의 차이였다”라고 말한다.

그 정밀함이 그가 감독하고 연기한 <지골로 인 뉴욕> 곳곳에 스며 있다. 언제나 곁에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는 것들을 향한 애도, 영혼과 육체의 공허를 채우는 다정한 손길 한번, 키스를 향해 다가가는 무한에 가까운 몇초 동안의 숨결. 그 안에서 검은 곱슬머리와 갈색 피부와 커다란 코를 가진 독특한 외모의 남자는 뉴욕 최고의 지골로가 된다. 평범한 남자 안에서 아도니스가 태어나는 마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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